▲슬리핑코 수첩슬리핑코 수첩
박유정
이 아이의 이름은 슬리핑코. 이름 그대로 쿨쿨 자고 있는 토끼이다. 몽실몽실한 생김새의 슬리핑코는 보는 사람도 졸리게 만드는 모습이다. 어릴 때는 눈을 꼭 감고 자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재미가 없어 보여서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 신발장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고전문구 슬리핑코 우산에서 쿨쿨 자는 캐릭터가 꼭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이긴 하지만 어린이들이 뽀로로를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들과 신체비율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튼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는 어린이와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슬리핑코는 낮잠을 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지금, 시도때도 없이 쿨쿨 자는 어른이 된 나는 그 작은 토끼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 마음 속에 이 슬리핑코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취향이 변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것도 나의 노화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상황 변화의 이유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어른스럽게 이 변화를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앞서 다른 기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동네 근처에는 바른손꼬마또래 매장이 있다. 슬리핑코는 바른손꼬마또래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이고,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간 관심이 없던 세월이 무색하게 갑자기 슬리핑코의 매력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말 그대로 널부러져 자고 있는 모습,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나도 따라하고 싶어진다.
뒤늦은 입덕의 단점은 '내가 왜 이걸 몰랐지?', '내가 이걸 왜 놓쳤지?' 하고 나를 끊임없이 책망하게 되는 것이고, 장점은 발견할 매력과 상품과 일러스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미 좋아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길들을 향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