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란드 바르샤바 프레데릭쇼팽공항
김윤주
밤새 비가 쏟아져 내리는 통에 걱정이 많았다. 새벽 4시 반쯤 집을 나서는데도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빗줄기를 가르며 달리는 내내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미리 예약해 둔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 반.
체크인 수속은 미리 휴대폰 앱으로 해 두었다. 빨간색, 까만색 그리고 조금 작은 파란색 캐리어까지 세 개를 수하물로 보냈다. 간단히 요기할 만한 간편식, 두툼한 겨울 외투들, 그리고 내 책들이 들어 있는 무거운 가방이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비행기에서 읽을 책 등이 들어 있는 서류 가방과 백팩은 각자 하나씩 기내용으로 챙겼다.
보딩 게이트 33번 앞. 이제 곧 탑승이다. 정말 떠나는가 싶다. 희미한 불안감, 얄프레한 설렘, 약간의 피로감, 정리되지 않은 일상의 어수선함을 뒤로하고 이제 정말 유럽으로 떠난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해 둔 우리의 유럽 집들이 잘 있어야 할 텐데, 유레일이랑 유로스타랑 탈리스랑 떼제베랑, 그 많은 기차와 버스들이 제시간에 잘 움직여 주어야 할 텐데, 이 많은 짐을 이고 지고 다녀야 할 우리, 지치지 말아야 할 텐데,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