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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제 하면 기사들 택시 세워놓고 논다고? 그런 일 없다"

전국에서 상경해 '택시월급제 증언대회' 참여... "저녁 있는 삶, 안전 운행, 손님 서비스 향상"

등록 2023.11.01 19:01수정 2023.11.0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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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 줄지어 서있는 택시 ⓒ 연합뉴스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전과 승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노동을 통해서 보람을 느꼈고, 제가 택시 노동을 하는 이유를 찾게 됐어요." - 택시 기사 고영기씨(전북 전주·17년 차)

"이번 추석 연휴에 다른 직장인들처럼 처음으로 6일을 쉬어봤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엄청나게 늘다 보니 관계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 택시 기사 이영길씨(경기 파주·13년 차) 

"저희 사업장은 완전월급제를 시행하는데요. 고정된 임금을 꼬박꼬박 받으니 생활이 안정되더라고요. 적금도 들 수 있고 계획적으로 삶을 살 수 있어요." - 택시 기사 강순수씨(제주·10년 차)


택시월급제(완전월급제 및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사업장 소속 기사들의 말이다. 이들은 "월급제 시행으로 택시 노동 조건이 개선되고 안전 운행이 가능해져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방영환열사투쟁승리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월급제를 경험한 택시 기사들의 증언대회를 열고 ▲ 서울시 택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택시발전법 위반 여부 전수조사 ▲ 해성운수에 대한 서울시의 현장 조사 실시 ▲ 전수조사의 정확성 및 신뢰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고 방영환씨는 택시 완전월급제와 회사의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며 지난 9월 26일 분신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11일째인 10월 6일 사망했다. 

완전월급제는 운송 수입금 전체를 회사에 납부하고 근로 시간에 비례해서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전액관리제는 완전월급제의 이전 단계 격인데, 택시 기사가 수익금 전액을 소속 회사에 준 뒤 그 일부를 노사 합의로 정한 비율에 따라 받는 임금체계다. 두 제도 모두 과로, 과속, 기사의 사비 부담 등 사납금제(법인 택시 기사가 당일 수입의 일부를 회사에 내고 남은 초과금을 회사와 분할해서 가져가거나 모두 가져가는 제도) 체제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나왔다.


"과속 않고 9시부터 6시까지 근무, 휴일엔 편히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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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택시월급제 증언대회가 열렸다. ⓒ 박수림

 
이들은 월급제 시행 후 노동 조건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완전월급제를 적용받으며 일하는 10년 차 제주 택시 기사 강순수씨는 "사납금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이 없어서 과속 등 무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한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기 파주에서 13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는 이영길 씨도 "월급제 시행 후에는 1일 임금이 4만 2000원에서 7만 5000원으로 높아져 공휴일에 쉬거나 연차를 사용해도 임금 손실이 적어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 다른 직장인들처럼 처음으로 6일을 쉬고 10살 자녀와 놀러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월급제 시행 후 생긴 마음의 여유가 손님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했다. 전북 전주에서 17년째 택시를 모는 고영기씨는 "이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12시간씩 일했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등 손님이 많을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과속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월급제 도입 후에는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전과 손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손님에게 제가 먼저 '아파트 안에까지 들어가 드릴까요?' 묻기도 하고, 짐이 많은 경우 (직접) 짐을 싣거나 내리는 것을 도우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택시 노동자와 손님 모두의 안전이 높아진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씨는 "(사납금제 체제에서) 택시 기사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쉬지 못한다"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과거에는 손님을 태우고 주행하다 신호대기 중에 조는 경우도 있었다. 뒤의 차량이 (클랙슨을) '빵' 울리면 깜짝 놀라서 깨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월급제 이후 현재까지 조합원들 모두 무사고"라고 밝혔다. 

강씨는 택시월급제 도입을 우려하는 일각의 의견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월급제를 시행하면 기사들이 택시만 세워두고 놀거나 대충 일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평균 운송수입금에 미달하는 기사는 불성실 근로로 처리하는 노사가 합의한 조항 등이 있고, 요즘은 택시에 GPS(위성항법장치)가 도입돼 사측도 기사의 근무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대책위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훈그룹 회장과 그 계열사 대표 등을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고 방영환 택시 기사가 근무했던 해성운수(동훈그룹 계열사)가 사실상 사납금제를 유지하면서 주 40시간제를 실시하지 않았고 (고인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이 10월 4일부터 해성운수에 20명의 감독관을 투입해 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동훈그룹의 20개 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과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대책위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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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동훈그룹을 고발하고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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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훈그룹 20개 택시사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박수림

#택시월급제 #완전월급제 #전액관리제 #사납금 #방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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