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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아이폰 사줄 거야?" 미국 엄마들에게 물었더니

편의성 좋은 아이폰, 다양한 기능이 강점인 갤럭시...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자강두천'

등록 2023.11.07 15:37수정 2023.11.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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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 폴더폰(플립) 쓰는구나. 이거 어때? 아이폰만큼 좋아?"

나는 미국에 산다. 얼마 전 국제우편 소포를 보내려고 우체국에 들렀다. 폰을 ㄴ 모양으로 세워놓고 보며 영문 주소명을 송고장에 옮겨 쓰고 있는데 근엄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던 중년 부인이 갑자기 화사한 미소를 띠더니 내게 물었다. 아이폰만큼 좋으냐니.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성능은 별 차이가 없는 걸?" 

줄 서 있던 아저씨 한 분이 피식 웃는다. 저 표정, 저 웃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지금은 대학생인 큰아이가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내게 보였던 반응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아이폰은 손에 들고, 안드로이드폰은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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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 모습.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폴더폰인 갤럭시 제트 플립5 광고가 걸려있다. ⓒ 연합뉴스

 
본격적인 교외활동이 시작되던 중학교 시절, 큰아이는 처음으로 폰을 사달라고 졸랐다. 이제 더 이상 친구에게 폰 빌려달라고 하기 미안하다고. 연락만 하면 되니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C사의 선불폰을 사주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던가. 중딩의 손에서 몇 달을 못 버티고 바스락 아작이 났다. 그렇다면 튼튼하기로 유명한 LG 폰을 사주마. 그런데 이번에는 무뚝뚝하게 생긴 데다 아무리 떨어뜨려도 멀쩡한 아이의 폰을 보고 친구들이 북한과 싸우기 위해 만든 군용폰(무전기)이냐고 놀리더란다. 

갤럭시 폰을 얻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아이는 불만이 가득했다. 고딩에게 그 비싼 아이폰을 사줄 마음이 없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아이폰을 가진 아이들은 손에 들고 다니고, 안드로이드 폰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은 주머니에 폰을 넣고 다녔다. 그래서 안드로이드폰을 포켓폰(포켓몬의 말장난)이라고 부르며 킥킥 대는 걸 듣기도 했단다. 


그랬던 큰아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폰 소리가 쑤욱 들어갔다. 통신 요금제를 바꾸며 폰을 새로 바꿔준다 해도 먼저 갤럭시 폰을 골랐다. 언제는 세련되지 못한 통신용 장비라더니? 

이유는 '게임'이다. 게임 유저들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면서 큰아이의 선입견도 사라지고 편리성에 익숙해진 듯했다. 

BTS 열풍으로 인기 높아진 갤럭시, 그럼에도 

기능은 좋아졌어도 아이폰의 세련된 이미지를 못 쫓아가던 갤럭시 폰의 이미지가 바뀐 데에는 체감상 BTS의 공이 크다. 아이들이 다니는 뉴욕 학교에도 '아미(BTS 팬클럽)'가 상당하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동 클럽을 중심으로 갤럭시 폰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미국 엄마들 사이에서 처음 관심을 받았던 내 폰은 갤럭시 노트였다. 일단 화면이 큰데도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닳지 않았다. 또 펜을 사용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이패드 미니에 폰 기능도 있냐고 묻던 사람들이 갤럭시 노트라는 걸 알고 작은 감탄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은 폴더폰을 좀 구경해도 되냐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렇지만 대세는 아이폰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폰은 닳아도, 구형이라도 아이폰이라더라. 안드로이드 폰은 신형의 신기술에만 반짝 관심이 간다는 뜻 같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차도녀의 이미지인 아이폰과 와일드한 갤럭시 폰을 비교한 재미있는 밈도 많이 돈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곁에 있는 미국 엄마들에게 물어봤다. 아이들이 아이폰을 원하는지, 원하면 사주는지를. 폰은 당연히 아이폰 아니냐는 이도 있고, 통신사에서 주는 대로 쓴다는 쿨한 엄마도 있지만 한 사람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했다. 아직 아이가 어리니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엄마 본인도 PTA(학부모회) 같은 주요 커뮤니티에서 아이메시지(i-message, 애플 사용자끼리 무료로 이용 가능한 메신저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데 아이들도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스마트폰의 가격 부담이나 사용 제한에 대한 고민은 한국 엄마나 미국 엄마나 똑같다. 16세 미만은 주말에만 1시간씩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방법'(국법)이 필요하다는 내 말에 다들 공감하는지 빵 터져서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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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15 시리즈 및 애플 워치 국내 공식 출시일인 지난 10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큰아이에게 물어보니 학생들도 그렇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i-message와 에어드랍(air drop)을 사용하니 다른 기기는 생각을 못 하는 거라고 귀띔해 준다. 폰과 이어폰, 스마트 워치, 아이패드가 한 세트처럼 이어지고, 다른 태블릿과의 연동성, 심지어 요즘은 에어팟의 보청기 기능 같은 헬스케어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으니 단지 폰 하나만의 문제는 아닌 듯도 싶다. 

'어차피 기능들을 다 쓰는 것도 아닐 텐데'하는 내 말에 큰아이도 동의한다. 운동화든 스마트폰이든 일단은 폼 나고 눈이 가니까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아이폰과 갤럭시의 싸움, 진정한 승자는

어쨌든 갤럭시 폰의 위상이 달라진 건 확실하다. 더 이상 포켓폰도 아니다. 밈이 돈다는 것도, 비교하는 기사가 넘치는 것도 그만큼 '선택(Choice)'의 문제라는 뜻 아닐까.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고민할 만큼. 

폰을 접은 채로도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듣고, 셀카나 영상을 찍고, 다른 기능도 위젯 설정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며 같이 셀카 한 번 찍어보겠냐고 물으니 우체국에서 만난 중년부인이 됐다고 웃는다.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마음에 든단다.

뒤에 있던 여성은 엘(L) 모양으로 세워놓고도 줌(zoom) 미팅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럼요. 그런데 우리 동네 우체국은 왜이렇게 줄이 줄어 들질 않을까? 여기가 우체국인지 스마트폰 전시장인지 원.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장소를 가리지 않는구나. 

아이폰과 갤럭시 폰의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승자는 똘똘한 소비자이기를, 스마트폰에 내 이미지를 맡기기 보다 스마트한 사용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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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은?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 보여줄 수 있냐는 요청에 기꺼이 협조해준 주변 사람들. 아무래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친한 사람들끼리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 장소영

#스마트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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