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강에 살고 있는 조개들. 아아들이 들고 사진으로 남겼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어른 손바닥만한 조개서부터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조개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다슬기들이 금호강 곳곳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강에 조개가 산다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란다. 그것은 어른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그만큼 우리가 강과 유리된 삶을 살았다는 방증이다.
그것은 강의 오염에 따른 부작용일 터이다. 1970년 초반생인 필자가 유년 시절 본 금호강의 모습은 정말 깨끗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그런 강이 산업화와 함께 시궁창으로 전락한 것이 지난 30년간의 역사다. 그러나 그런 금호강이 섬유산업의 쇠락과 대구시의 노력과 함께 서서히 되살아나 지금은 필가가 유년시절에 만난 그 금호강을 지금 다시 만난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금호강이 되살아났다.
그 증거들이 이 '대칭이'같은 조개들이다. 저서생물들의 귀환 즉 강바닥 생태계가 돌아왔다는 것은 강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곳에 멸종위기 1급 물고기인 얼룩새코미꾸리까지 금호강 대구구간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팔현습지를 찾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조개의 존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아이들은 잡은 조개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서 특별한 기념사진을 남겼다.
조개를 다시 있던 자리에 놓아주고 하천숲을 따라 더 하류로 내려간다. 하천숲이 끝나는 곳에는 절벽이 나타난다. 하식애(河蝕崖)라 불리는 절벽이다. 즉 물이 침식시킨 벼랑이란 뜻이다. 저 하식애 벼랑에 특별한 존재가 산다. 바로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이자 깃대종인 수리부엉이다. 수리부엉이 부부가 이곳 하식애를 자신들의 집삼아 살고 있다.
오전 시간이라 아직 둥지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벼랑에 보이지 않는다. 오후 늦은 시간에 벼랑을 살 살펴보면 수리부엉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혹은 눈을 부릅뜬 채로 사방을 주시하고 있는 백수의 제왕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하식애를 따라 펼쳐진 초지를 따라 더 하류로 내려간다. 수백 미터를 내려가면 팔현습지에서 가장 경이로운 생태계를 만나게 된다. 원시 자연숲을 자랑하는 왕버들숲이다. 수령이 최고 393년이 된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경이로운 곳이다. 즉 약 400년의 원시 자연숲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400년 된 원시자연숲 왕버들군락의 아름다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상징과도 같은 수리부엉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특별한 숲에 한번씩 수리부엉이가 쉬러 오고, 담비가 얼굴을 불쑥 내밀고 족제비가 날렵한 걸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같은 왕버들숲은 생태학적 용어로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라고 불린다.
멸종위기종 같은 야생동물들이 인간 개발이나 간섭 등을 피해 마지막으로 숨어들 수 있는 곳이란 것이다. 이런 숨은서식처들이 사라지면 멸종위기종들도 사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 이 왕버들숲인 것이다.
"정말 환경부 맞아요?"
그런데 이 왕버들숲을 밀고 이곳에 다릿발을 세워 산책로를 만든다는 것이 환경부의 계획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주민들의 요구라면서 이 무리한 사업을, 역시 이 일대 진짜 주민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함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필자의 설명에 "환경부가 왜요?" "이 아름다운 팔현습지 파괴하는 게 정말 환경부가 맞아요?" 하는 울분과 탄식이 아이들 입을 통해서도 흘러나온다. 아이들의 눈으로 봐도 환경부발 '삽질'은 이해 못할 일인 듯하다. 이곳에 와보지도 않은 대도시의 주민들의 요구를 민원이라고 멸종위기종들의 숨은서식처마저 밀어버리고 짓는 탐방로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아이들이 팔현 반상회 연극대본집을 함께 읽고 있다. 팔현의 식구가 되어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이들은 환경부가 스스로 삽질을 철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연극 대본인 '팔현 반상회' 요약집을 함께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팔현습지 탐방을 마쳤다.
팔현 반상회는 이 팔현습지를 살아가는 이곳의 무수한 생명들이 모두 등장해 자기들끼리 반상회를 열어 인간의 이 탐욕적인 '삽질'을 어떻게 막아낼지를 궁리하는 장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각자 이들의 심정이 돼 그들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이날의 탐방은 팔현의 식구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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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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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찾은 학생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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