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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고장은 소리만 들어도 알지"... 이 장인의 비법

[오래된 그 가게] 농기계 수리 장인 전종화 서신농기계 대표

등록 2023.11.07 11:51수정 2023.11.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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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시작한 '지켜줘서 고마워'와 2014년의 '그때 그 간판'의 세 번째 버전 '오래된 그 가게'가 찾아갑니다. 30년 이상 된 가게를 찾아 세월을 들어 봅니다. 한 세대를 넘는 긴 시간 동안 존재해 온 가게에서는 물건만 거래되는 것을 아닙니다. 오래된 가게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숨결이 배어 있고, 이웃 간의 넉넉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그 가게'가 쌓이면 예산의 이야기가 되고, 예산 역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 믿습니다. 예산의 자랑 오래된 가게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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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충남 최초의 3.1만세운동 현장이었던 고덕 한내장터 일원은 현재 학교, 행정타운, 은행, 우체국, 시장, 상가, 식당 등이 모여 있는 고덕면 주민들의 생활중심지다.

특히 매년 4월 3일이면 고덕면행정복지센터에서 대의사로 이어지는 700여 m의 편도 1차선 고덕중앙로는 104년 전 '한내장4.3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하는 주민들의 태극기 행렬로 가득 메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 양쪽에 자리한 가게들 중에는 수십년 동안 영업하는 노포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1990년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식 영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33년째를 맞는 '서신농기계' 역시 여러 노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태극기 행렬 구간 중간 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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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경운기 수리에 한창인 전종화 대표, 웬만한 고장은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전종화(67) 대표가 운영하는 '서신 농기계'는 고장난 경운기, 예초기, 엔진톱 등의 농기계 수리점이다. 현재 위치에서 200여 m 떨어진 주유소 자리에서 수리점을 운영하다가 2002년에 이전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마 평수는 130여 평 정도였지... 그 때는 큰기계를 다뤘어. 콤바인, 트랙터, 이앙기 등 대형 농기계부터 경운기 같은 소형기계 다 다뤘는데, 큰 기계 다루는 게 힘들어 이쪽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소형만 다루고 있어"라며 가게를 옮긴 이유를 설명한다.

가게에 들어서자 차량 한 대 정도는 너끈히 들어갈만한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양쪽 벽엔 설명을 들어도 잘 알 수 없을 것 같은 정비기계와 공구들이 놓여 있고, 머리 위쪽에 크기별로 구분해 놓은 고무벨트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설치 미술품을 방불케 한다.

고덕 대천리에서 2남 1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전 대표는 군 복무 기간 3년을 제외하고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의 누이와 남동생은 타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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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비용 장비와 공구, 교체용 부품들이 즐비한 가게안 풍경은 마치 설치 미술작품을 방불케 한다.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한내장터에서 터 잡은 이래, 한 번도 시장을 떠나지 않았던 그에게 지역의 변화를 묻자 "별로 변한 게 없어"라고 한다. 그만큼 발전이 없었다는 의미일까? 이어 "인구는 많이 줄었지"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전 대표가 농기계 수리업을 천직으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엔 부친이 자리하고 있다. 부친은 '서신'이라는 상호로 철공소와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탈곡기 등 농사관련 기계를 정비·수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1980년대 초부터 농기계 정비 기술을 부친에게 배웠어. 자상하긴 했는데, 그래도 가끔씩 실수하면 혼도 많이 났지. 그래도 적성에 맞더라구"라고 회상했다.

그는 슬하에 1남 1녀의 자녀가 있다. 큰 딸은 응봉에 살고, 아들은 내포신도시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1급 정비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우연히 그렇게 됐어"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친에 이어 아들까지 3대가 기계 정비 관련 업종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부친에게 수리기술 배워... 아들도 1급 정비사

그의 농기계 수리는 귀로 시작한다. 농기계 이상 유무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속에서 부품이 깨진거야 뜯어봐야 알지만, 웬만한 고장은 소리를 들으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지. 처음부터 그렇게 된 건 아니고, 오랫동안 숙달되다 보니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장인'의 모습이다.

고덕초등학교, 덕산중학교 졸업 한 뒤로는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살짝 그 이유를 물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가정형편이 어렵다거나, 아니면 전 대표가 꿈꾸는 다른 미래가 있어서였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그냥 공부하기 싫어 안 갔지. 뭐, 다른게 있간디"라며 조금은 싱겁지만 허를 찌르는 답을 꺼내며 호탕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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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농기계 개업 당시부터 사용하고 있는 탁상 드릴. 지금도 전혀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 무한정보

 
고덕 토박이라 해도 군 복무 기간 만큼은 고향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떠나 있을 법한데, 그가 복무했던 군대도 고향과 멀지 않은 당진 채운리다.

그곳에서 해안가 초병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다. "(박정희 대통령이) 내려온 줄도 몰랐어. 그 다음날 비상이 걸렸지, 완전군장하고 개인화기로 무장한 채 근무를 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이 변을 당했더라구..."라며 박 대통령이 삽교호 제방 준공식에 참가한 뒤 김재규의 총에 사망했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요즘 가게 운영은 잘 되는지 궁금해 하자 "일거리가 없을 때가 더 많아. 그럭저럭 먹고 살만은 해. 4월부터 6월, 그리고 10월은 농번기라 그래도 일거리가 좀 있는 편이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거의 일이 없다고 보면 돼"라고 말한다. 일거리 없을 땐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엔 "그냥 놀러다녀야지, 뭐"라며 다시 한 번 웃어 넘긴다.

그는 삽교에서 2500평 넓이의 논에서 벼농사도 짓는다. 올해 재배한 품종은 '삼광'이란다. 작황은 좋다고 한다.

말 수도 적었고, 큰 욕심도 없어 보였지만, "시장 주변에 넓은 주차장이 있으면 좋겠다"며 지역사회를 향한 소박한 소망을 전한다. 그러면서 내친김에 "예산시장은 백종원 덕분에 들썩들썩한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라며 "고덕에 한우타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 말한다고 되간디..."라며 말끝을 흐린다.

'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다소 거창한 표현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짧게 돌아온 답은 '진실'. 그는 "거짓없이 바가지를 안 씌운다"며 "아이구! 이제 그만 혀. 허허"라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어제 들어온 경운기 수리를 마저 끝내기 위해 공구를 쥐어든 손이 분주히 움직인다. 주변의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장인의 모습이다.
#서신농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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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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