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와 '제주4·3사건' 당시 숨진 경찰관의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추념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민사소송 2심 변론에서 원고 측이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고 공산주의 통일을 하려 한 것'이라는 내용을 판결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2민사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사업회와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청구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재판부를 향해 "저희들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소송하게 된 경위가 위자료를 얼마를 받는다기 보다는 제주4.3사건의 계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지위에 있는 사람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문제 삼기 위함"이라면서 "제주4.3사건의 주체는 공산주의 정당인 남로당이며, 그 시작 또한 제주도 내 경찰관서 기습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문에 기초사실로 전제해 달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고인 문 전 대통령 대리인을 향해서도 "피고 측 대리인은 다른 법정에서 제주4.3사건의 성격과 목적 등이 (원고 측 주장과) 다툼이 없다고 말했다"며 "다툼이 없다는 걸 인정하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문 전 대통령의 추념사가 명예훼손인지 아닌지만 법리적으로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원고 측 대리인의 요구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재판장 역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툼이 없다고 (단정)할 건 아니"라고 밝히며 "관련 내용은 재판부가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답했다.
2000년 제정된 제주4·3특별법에는 제주4.3사건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됐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도민들은 오직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되찾은 나라를 온전히 일으키고자 했지만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다"며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라고 말했다.
이듬해인 2021년 추념식에서도 그는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라고 연설했다.
이후 이승만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공산세력을 미화하고, 진압을 지시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진압에 동원된 군경을 살인범으로 매도하는 등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위자료로 각 1000만 원을 청구했다.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의 회장은 황교안 전 총리가 맡고 있다.
이승만기념사업회 패소 이유... "문재인 발언, 명예훼손 보기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