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주회 연주 모습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에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어렵게 연습한 연말 연주회 모습입니다.
박희종
삶이 다양해지면서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색소폰 동호회다. 보통 동호회는 운영하는 사람이 회비를 받고 레슨을 한다. 회원들이 가능한 시간에 찾아와 개인레슨을 받고 연습을 한다. 동일한 동호회 회원이라도 안면만 있을 뿐 전혀 상관이 없다. 운영주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 레슨을 해주며 운영해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찾아오고 싶어 하는 동호회의 운영방식은 전혀 다르다.
회원 각자가 회원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연습하는 전 동호회원이 주인이다. 회원이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정해진 시간에 전문강사와 함께 합주를 중심으로 레슨을 받는다. 회원들이 이루어 내는 앙상블은 다른 동호회에서 이루지 못하는 아름다운 화음이다. 한 번 매료되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각종 행사를 수시로 진행하며 회원들 간의 유대가 돈독해지는 동호회다.
지인들의 결혼식 축하연주를 해주고, 가까운 야외에서 버스킹을 한다. 여러 색소폰 경연대회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합주연습에 중점을 둔다. 가장 중요한 연말 연주회는 시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을 대여해 열리는 성대한 잔치다. 예술의 전당이라는 공연장에서 전체회원이 합주곡을 연주하고, 솔로곡과 듀엣곡으로 실력을 보여준다. 연주회가 끝나면 초청객과 전회원이 식사를 함께 하는 거대한 잔치다. 어떻게 이런 공연장에서 연주를 해 볼 수 있을까?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연말 연주회로 모든 것을 보상받은 듯해 회원들이 모여들고 연습을 하게 된다.
올해도 연말 연주회를 해냈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일 년 간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일 년 동안 연습을 했다. 많은 지인들을 초빙해 연주회를 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다.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언제나 의견이 일치할 수 있겠는가? 서서히 11월이 다가오는 밤, 전 회원이 모여 마무리 연습을 한다. 기타와 드럼이 동원되고 베이스와 키보드가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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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강산 연말 연주회 공연장면입니다. 음악에 전공자도,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지난해 연주한 '아름다운 강산'의 합주곡입니다. ⓒ 박희종
회원들이 일 년간 연습한 곡의 최종 리허설이 끝났다. 드디어 연말 연주회를 하는 날, 날씨는 흐리지만 마음만은 산뜻했다. 여러 사람을 초빙하는 연주회장은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 모든 회원들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소리는 달라지고 마음의 여유도 넉넉했다. 초청된 가족들 앞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한다. 이보다 더 흐뭇한 연주가 또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감히 생각지도 못한 연주회를 한 가을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두고 떠났지만 색소폰 연주는 이루어졌다.
세상에 쉬우면서 마음에 맞는 일이 얼마나 있다던가? 좋아하는 일 하나를 얻기 위해선 어려운 일 몇 개를 버티어야 한다. 세상 살면서 쉬운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다. 삶도 어렵지만 사람과의 어울림은 언제나 만만치 않다. 어울려야 이루어지는 화음처럼 모든 사람이 어울려서 살아 낼 수는 없을까? 어울리지 못해 떠난 사람은 있지만 색소폰은 연주되었다. 어렵지만 참으며 버티여 내면 아름다운 화음은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힘겨워 그만두고, 마음이 편치 않아 돌아선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색소폰 연주를 다시 할 수 없느냐고 물어온다. 언제든지 다시 오라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조금 불편해도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면 멋진 화음이 만들어짐을 알게 한 연말 음악회였다.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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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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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 있지만... 수많은 사연 품고 열린 색소폰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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