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북클럽웹자보
김규영
산들독서회의 진행을 맡은 강은혜님이 '돌아온 시인'이라고 정겹게 소개한대로.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살아왔던 강형철 시인은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직을 정년으로 마친 3년 전부터 고향인 군산 시민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는 어떻게 시를 쓰게 되었는지, 어떻게 시를 공부했는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자분자분 자신의 인생역정을 풀어냈다. 그에게 시는 먼 곳에서 느닷없이 날아와 꽂히는 영감이 아니다. 그의 시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에 닿는 것으로부터 태어난다.
은행원이 되어 고된 농사로 지친 부모의 짐을 덜어줄 줄 알았던 장남이 난데없이 시인이 되겠다며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시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방 안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중얼중얼 욕을 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강 시인이 꼼짝없이 자기 방에 갇혀 듣고 있던 욕을 참기 힘들어 그대로 받아 적기 시작한 것이 '아버지의 사랑말씀'이라는 연작시의 시작이다.
강 시인은 아버지의 욕을 받아쓰다 보니, 그 안에 가락과 리듬이 있고, 유머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원망하면서 듣고 있었던 아버지의 말씀이 이해되고 아버지 본인을 향한 이해가 생기게 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