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부채늪에 빠진 '위기의 자영업자' 구하는 방법 셋

[진단] 정부, 시장실패로 인식하고 이자감면-대출구조 개선 등 특단 대책 내놔야

등록 2023.11.20 14:56수정 2023.11.20 14:56
11
원고료로 응원
a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 연합뉴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 경기충격으로 대출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코로나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빚이 빚을 부르는 부채함정에 빠진 상태다. 자영업자대출은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고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 대출 증분만 350조 원을 돌파했다. 1인당 자영업자대출만 3.3억 원인데, 그 사이 3%짜리 금리는 6~7%대로 올르는 등 2배 이상 급등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더 깊은 부채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

역설적으로 금융기관은 코로나발 경기 침체에 힘입어 역대급 팬데믹 이자폭리를 거둬들이고 있다. 작년에 5대 금융지주는 이자이익만으로 49.2조 원을 벌었다. 정부 대책이라고 해 봤자, 전가의 보도인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전부인데 그것도 올해 9월에 종료되었다. 정부는 자영업자대출을 시장실패로 인식하고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에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할 때다.

자영업자대출이 위험한 이유 

2019년 이후 발생한 민간 부문(가계대출, 자영업자대출, 중소기업대출) 코로나 부채는 1000조 원에 육박한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대출이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a

ⓒ 한국은행

 
자영업자대출의 본질은 '양적 팽창·질적 저하' 리스크다. 2019년 685조 원에서 2023년 상반기 1043조 원으로 코로나 대출만 358조 원이나 된다. 매출이 줄어 대출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매년 100조 원씩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복원되지 않는 한, 이들 부채는 영구부채로 남아 원금을 덜어내지 못하고 이자만 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1인당 평균 대출인 3.3억 원에 대한 이자를 돌아오는 만기를 연장해 가며 상환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출금리 인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2~3%대의 저금리대출 환경에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2년 전후로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 전환하면서 '미친' 금리 인상이 시작되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빅스텝(50bp 인상),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이 반복되는 사이, 3%짜리 대출금리가 6~7%까지 급등하며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영업자대출의 양적 팽창이 얼마나 금리 충격에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대출의 '질적 저하' 문제는 대출의 구조적 취약성과 다중채무와 관련이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대출 중 단기대출 비중은 73.2%로 비자영업자(37.6%)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의 15.1%를 크게 웃도는데, 이는 상가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융통한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도 744조 원(2022년 기준)이나 되는데, 이는 자영업자대출의 56.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즉, 자영업자대출은 매출충격에 금리 충격과 부동산경기 충격이 가해지는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

자영업자대출 부실화는 현재 진행형으로 비은행권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확산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전체 연체율은 안정적이지만, 비은행권은 이미 부실 뇌관이 제거된 상태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1년 1.37%, 2022년 1.6%, 2023년 상반기 2.91%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연체율은 1.99%, 3.31%, 6.42% 등으로 폭발적인 상승 추세를 보인다.


정리하자면, 자영업자대출은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불길이 은행권으로 번지는 것도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자영업자대출을 '시장실패'로 인식하고 특단에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기관들, 단군 이래 사상 최대 실적 갱신... 왜? 

민생경제가 빚으로 빚을 돌려막으며 버티는 어려운 시기에 금융기관들은 사금융의 행태를 보이며 팬데믹 이자폭리를 취했다. 국내 금융기관은 코로나 사태에 힘입어 매년 단군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가 거둔 이자이익은 2021년 44.9조 원, 2022년 49.2조 원 등으로 이전에도, 앞으로도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눈부신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자화자찬은 꿈보다 해몽이 더 가관이다. 말인즉슨,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나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진화 등의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금융기관의 눈부신 실적은 코로나 충격에 편승해 이자 장사에 올인한 결과다.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부진이 내수업종의 매출 충격으로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대출이 극단적으로 증가했다. 대출금리는 금리의 시장성을 추종하며 금리상승 국면에 올라타 버렸다. 하여, 민생위기의 골이 깊어질수록 금융기관의 이자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혁신 금융체계가 완성된 것이다. 즉, 금융기관 실적의 원천은 내수 침체가 쏘아 올린 "펜데믹 이자폭리"인 것이다.

최근 불거진 은행 '횡재세'(Windfall Tax) 문제 역시 팬데믹 이자폭리와 관련이 있다. 바람에 떨어지는 과일인 초과이익은 그 기준이 모호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이 스스로를 금융회사라 칭하며 금리의 시장성을 강조한다면, 사금융과 동일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하여, 횡재세 문제는 은행 금리의 사회적 책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국민경제에 기여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지다.

당연히 규제산업인 은행은 당연히 시장에서 경쟁하며 금리의 공공성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국민경제가 재난 수준의 위기에 봉착할 때 초과이익을 금리 조정을 통해 수익의 원천인 민생경제에 환류시켜야 한다. 정부가 금융위기 때마다 국민 혈세인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기관을 살려낸 이유다. 지금까지 169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87조 원이 은행 구제에 투입됐다. 은행이 금리의 시장성만 인정했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기관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a

2021년~2023년 은행권 대출 금리 및 기준 금리 변화 추이 ⓒ 은행연합회


은행의 대출금리는 정책금리와 연동된 지표금리에 금리 원가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로 재량적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코로나 국면에서 대출금리 행태를 보면 사금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022년 들어 미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대출금리는 지표금리 상승에 힘입어 폭등세로 전환했다. 이 기간에 금리 완충의 조정자인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 구간(2021년 하반기~2023년 1분기)에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3.6%에서 7.1%로 2배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가산금리는 3.4%에서 3.8%로, 우대금리는 0.9%에서 1.1%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매출 충격을 대출로 돌려막고 있을 때, 은행들은 내수침체에 편승해 팬데믹 이자폭리를 거둬들였다. 횡재세 문제는 그 답을 대출금리 구조개선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특단에 특단의 부채대책 필요

내수업종의 부채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라고 해봤자, 정책금융을 늘려 추가 대출을 지원하는, 전례 있는 대책이 대부분이다.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추가 대출이 추가 부실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가 바로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코로나 매출충격에 직면하자, 2020년 4월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를 단행했으며, 3년간 5차례에 걸쳐 연장하다 지난 9월 종료한 바 있다. 한 달 이자도 버거워 상환을 유예했는데, 분할로 쪼개서 상환한다 해도 3년 치 이자를 몰아서 내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부실 대책인 이유다. 앞에서 매출 증대를 지원하고 뒤에서 이자부담을 덜어줘야 내수업종이 직면한 부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a

‘나라가 넘긴 코로나 빚 1천조원,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 소상공인, 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전국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지금 필요한 것은 민생경제를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특단에 특단의 코로나 부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첫째, 자영업자 코로나대출에 대한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가동해 팬데믹 이자폭리를 이자경감으로 환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부채대책 TF를 꾸려 금융기관이 이자를 감면하면 정부가 세제나 제도로 지원하는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소한 팬데믹 이자이익의 절반 정도는 자영업자대출 연착륙을 위한 환류 재원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19년 이후에 발생한 350조 원의 코로나대출에 대해 보편적 이자감면을 시행하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기관이 1%p의 금리인하나 이자감면을 시행하면, 약 3.5조 원의 이자이익이 소요된다. 즉, 금융권이 거둬들인 이자이익의 극히 일부(전체의 6%)를 자영업자에게 이자감면 방식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둘째, 한계차주 대출을 저리의 장기 보증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규모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정상경제 상황에서는 전체 대출의 10% 정도를 한계 차주로 보지만, 비상경제 상황에서는 그 범주가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최소 자영업자대출의 10%인 100조 원에 대한 보증대출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3.5조 원의 이자이익을 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하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횡재세 문제도 잠재울 수 있다. 이를 재원으로 신보가 한계 차주를 위한 100조 원(보증배수 30배 적용) 이상의 보증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근본적으로 금리의 공공성을 제도화해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금리의 사회적 책임은 크게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은행의 우대금리에 '사회적 책임' 요소를 편입해 금리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의 가산금리는 비통상적인 금리 충격시 '목표이익률'(가산금리 항목)을 조정해 초과수익이 적정수익을 수렴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의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금리의 공공성을 반영하도록 금리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금리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해 은행의 경영평가, 정책사업 및 신사업 평가, 규제 및 관리·감독 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고질적인 팬데믹 이자폭리 문제를 제도적 접근을 통해 풀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국민대 특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자영업자 #대출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송두한 박사 ㆍ국민대학교 특임교수 ㆍ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ㆍ전) 농협금융연구소 소장 ㆍ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