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중인 광주 동구 불로동의 '정율성 생가터'. 가옥 앞에는 '음악가 정율성 선생 탄생지'라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박용준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아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국가보훈부 장관의 문제 제기는 일각에서 이념 공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온 지역 언론 및 교육계 또한 그동안 정율성을 획일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전남일보> 2023년 7월 24일자, 「광주가 낳은 '중국의 별' 발자취를 돌아보다」 (
https://jnilbo.com/71066841615) 외).
이들은 정율성의 행적을 '항일음악가'라는 맥락에서만 보도 및 서술했으며, 그에 부합하지 않는 행적들-북한군 및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으로 6·25 전쟁에 참가한 사실 등은 배제하여 왔다. 그 점에서 보면 정율성에 대한 국가보훈부 장관의 역사인식이 편협하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관점만 다를 뿐, 역사인식의 깊이와 폭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해당 인물의 공과를 모두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일부 역사적 기억에 관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역사적 기억 중, 의병운동ㆍ독립운동ㆍ민주화운동은 핵심적인 기억이자 절대적인 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가한 인물들은 그의 생애 전체가 완전한 인간으로 인식되어, 일방적인 추앙이 이뤄진다 한다.
이러한 경향은 기념사업으로 표현되곤 한다. 지역 사회에서 역사 관련 사업이란, '핵심 기억'이자 '절대선'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 그리고 여기에 참가한 인물을 기리는 기념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해당 인물의 동상을 세우거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을 하는 것이다.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에서 정율성은 '항일음악가'로 규정되면서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났으며, 그의 완전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실들은 '시대적 아픔'으로 가려진 채 기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정율성 공원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광주 지역사회가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전북 고창군의 '미당시문학관'이다. 이곳은 전라북도 고창 출신의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를 기념한다. 서정주는 한국 시문학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보면 '고창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그 재능으로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작품을 다수 발표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오명을 얻게 되었다.
미당시문학관은 서정주에 대한 상반되는 평가가 있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 문학관에는 <뒤안길-미당의 그림자>라는 표제 아래 그가 쓴 친일 시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내문은 다음과 같은 글로 끝맺는다.
"그의 아름다운 시로써 삶 전체를 덮을 수 없는 것처럼, 그의 곡절 많은 삶으로써 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평가는 언제나 우리들 문화시민의 몫이다."
역사적 인물의 삶의 굴곡을 직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