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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빠진 93세 아버지, 이대로 괜찮을까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 공유하는 아버지... 외부와 유일한 소통인데 막을 수도 없어 고민입니다

등록 2023.11.20 15:44수정 2023.11.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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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카톡하는 아버지 ⓒ 이혁진

 
올해 93세 아버지의 카톡 사랑이 유별나다. 매일 새벽부터 자신에게 온 카톡을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지인들에게 전달하거나 공유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아버지의 매우 중요한 일과다.


아버지 카톡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흔한 말로 중독 수준이다. 보청기를 끼어도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아버지가 카톡에 매달리는 요인 중 하나이다. 카톡이 외부 세상과의 소통을 돕는 셈이다.  

내 주변 어르신들도 SNS를 하지만 아버지처럼 그토록 활발하진 않다. 서로 가끔 안부를 전하거나 행사를 안내하는 정도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법도 별로 없다. 나 또한 카톡방에서 그저 '눈팅' 하는 편이다. 특별히 생일이나 부고가 아니면 내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내 기억에 아버지가 처음 카톡을 배울 때는 '감사하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등 간단한 댓글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곤 했다. 고령자들의 SNS 이용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지나친 카톡 소통에 대해 최근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다.

카톡 메시지로 원망사는 아버지

얼마 전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내 아버지가 자신에게 카톡을 그만 보내주시길 내게 정중히 당부했다. 그동안 아버지가 내 친구들에게 원치 않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편향적인 주장이나 의견을 강요하다시피 매일 보내 피곤하다"고 하소연했다. 아버지 문자나 메시지는 이제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다른 지인도 아버지가 보내는 카톡과 문자에 대해 비호감을 전하고 내게 이를 만류하는 요청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그토록 심한 것에 적잖이 놀랐다. 애써 소통하면서 아버지는 타인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아버지에게 카톡에 대한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전하며 메시지를 보낼 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아버지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말씀이 없었다. 이어 양해를 구하고 아버지 휴대폰의 카톡 내용을 점검했다.

카톡 내용은 대부분 '카친(카카오친구)'에게 받은 메시지를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직접 작성하거나 보낸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아름다운 문구와 그림이 더러 있지만 가치 판단을 요구하는 예민한 내용들이 유독 많았다. 카친들이 아버지 카톡에 불만을 품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식인 아들도 아버지의 카톡 내용이 진부하고 식상한데 다른 사람들은 더 실망했을 것이라는 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렸다. 더 나아가 아버지의 카톡은 자식의 대인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사정을 들은 지인은 "아버지의 유일한 낙을 방해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연로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걱정하는 건 '행복한 고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자지간이라도 카톡 내용에 간섭하는 건 사생활 침해고.

문제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에 휘둘리고 그것을 카친들과 공유하면서 합리적 판단이 흩트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카톡으로 공유하는 것들은 대부분 호불호가 분명한 정치적인 이슈들이다.
     
일례로 한 분은 아버지가 "북한 김정은이 죽었다"는 가짜뉴스를 자신에게 보내 매우 황당했다고 전해왔다. 이외에도 아버지는 미확인 정보를 사실 확인도 없이 지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 원망을 사고 있었다.
   
또 아버지는 나도 가입한 단체카톡방에 특정 정치 이념을 무심코 올렸다가 젊은 사람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나이 드신 어르신이 주책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대신 내가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아버지에게 좋은 카톡 사용법 없을까

아버지는 여전히 카톡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카톡의 중독성과 부작용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 않다. 사건 이후에도 줄곧 카톡 삼매경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 카톡이나 유튜브 등 SNS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카톡은 아버지가 세상사람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출할 때 휴대폰을 가끔 놓고 갔는데 이제는 그런 법이 없다. 카톡 금단 증상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카톡 등 SNS가 일상화 되면서 그 폐해가 심각하지만 고령의 아버지가 카톡중독과 실수로 평판이 나빠지는 건 자식으로서도 고민이다. 전문가의 고견을 구하고 싶다.

오늘도 아버지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요즘 돌아가는 민감한 정치 이야기라면 '패싱'하고 만다. 나는 아버지에게 카톡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답이 없다. 

나는 아버지가 나이를 잊은 채 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카톡을 계속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카카오톡 #중독 #강박관념 #SNS #금단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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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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