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니스 카니발 '꽃 전투' 퍼레이드 앞에서. 무등을 태워야만 시야 확보가 되었던.
유종선
온갖 데에서 다 오는 니스 카니발
무거운 역기를 다루듯 최대한 신중하게 허리를 직립하여 무등을 태웠다. 생각보다는 할 만했다. 우주의 시야가 열렸다. 우주는 자신의 역할인 '신나게 퍼레이드 보기'를 잘 수행해주었다. 나는 아이 아래서 무등 태운 부모간에 치열한 자리 싸움을 진행 중이었다. 모두들 자기 아이를 향한 미소와, 자기 신체의 피로와, 옆 사람에 대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밀리면 끝장이다.
살짝 발을 끼워넣어봤다가 밀려났다가 살짝 비벼보다 눈싸움하다가... 조금만 옆으로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가 '나도 안 보인다'는 퉁명스런 대답을 받는다. 그래 모두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것이다. 기껏 왔더니 이런 자리를 자신이 예매해 놓은 것이다.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초등학생은 가벼워도 무겁다. 체육 예능 미션을 버티는 기분으로 퍼레이드에 임했다.
그 와중에 슬쩍슬쩍 보이는 퍼레이드는 화려했다. 퍼레이드단은 관객들에게 종종 꽃을 던져주었다. 우주와 난 그 꽃을 받았다. 사람들의 바다에 용해되었다가 다시 해수면으로 돌아오는 기분으로, 우린 낮 퍼레이드를 보고선 근처 식당에 들어가 지친 다리를 달래며 피자를 먹었다.
숙소에서 한숨 쉬고 다시 밤 퍼레이드인 '빛의 퍼레이드'를 보러 나올 차례였다. 밤 타임은 더 좋은 안쪽 자리였다. 입석이긴 했지만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바로 옆에 주저 앉아 볼수도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