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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59.7℃... "지옥" 이야기까지 나오다

기후 위기와 슈퍼엘니뇨가 몰고온 남미 폭염 장기화

등록 2023.11.20 17:39수정 2023.11.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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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폭염 속에서 로시냐 빈민가 주민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7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폭염 속에서 로시냐 빈민가 주민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1월의 강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그런데 지구 열대화로 인해 폭염에 휩싸인 지금 리우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헬(hell) 데 자네이루."

1월의 지옥이라는 뜻이다. 지난 일요일 <가디언>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체감기온이 59.7℃를 기록했으며 치솟는 기온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반구의 여름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한 달 가량 남았지만, 브라질은 이미 올해 들어 여덟 번째 폭염을 겪었으며 기온이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 <가디언>, 2023년 11월 19일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Inmet)에 따르면 지난주 상파울루는 37.7℃, 리우 데 자네이루의 기온은 42.6℃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고도가 높은 볼리비아 국경에 있는 코룸바는 역대 최고 기록인 43.3℃를 기록했고 중서부와 남동부 전역에서 40℃ 이상의 폭염이 반복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이번 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했으며, 기온이 5일 이상 평년에 비해 5도 이상 높게 유지됨에 따라 이는 국민들의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 <가디언>, 2023년 11월 19일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에서 1명 사망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에서 폭염으로 수천 명이 탈수치료를 받고 1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콘서트가 열린 실내 올림픽 경기장의 기온은 이날 밤 외부기온인 39.1℃보다 훨씬 더 높은 체감온도 60℃ 수준으로 전해졌는데, 이날 오후부터 공연을 기다리며 폭염 속에 줄을 서 기다리던 팬들은 물 반입마저 금지되자 공연직후 무대를 향해 '물, 물, 물' 구호를 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공연을 일시 중지하고 "관객들에게 물을 나눠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팬의 사망 직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녀를 애도하는 친필 편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게 믿기지 않지만, 오늘 밤 내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팬을 잃었다. 가슴이 찢어진다. - <문화아이닷컴>, 2023년 11월 19일
 
 지난 14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도시 온도계가 섭씨 40.0도를 기록했다.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한 젊은 여성이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지난 14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도시 온도계가 섭씨 40.0도를 기록했다.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한 젊은 여성이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대 피해지는 빈민가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올 경우 특히 빈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가디언>은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폭염과 천문학적으로 높은 전기요금을 피해 에어컨이 설치된 사무실로 몰려들고 있지만, 빈민가의 배달노동자, 택시 종사자들은 나무그늘 밑에 숨는 것 말고 폭염을 피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기후정책 전문가 마리나 마셜은 "폭염의 현실은 혼잡한 해변 사진이 아니라 에어컨이 고장난 버스, 에어컨이 없는 공립 학교 등이며 이게 바로 기후 불평등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 <가디언> 2023년 11월 19일

전문가들은 브라질 빈민가의 경우 건축 자재자체가 열을 피할 수 없으며 녹지 공간도 없고, 심지어 미완성 건물로 인해 열이 축적되는 핫스팟이 된다고 지적한다. 정전과 단수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남미에서 겨울이 사라졌다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대륙은 우리나라의 한여름인 6월, 7월, 8월이 한 겨울이다. 겨울철 10℃ 내외로 쌀쌀한 날씨가 펼쳐지는 게 남미 겨울철 모습인데, 올해는 10℃는 커녕 최고기온 37~40℃를 오르내렸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열대화에 올해부터 시작된 슈퍼엘니뇨가 겹쳐지면서 무자비한 폭염이 찾아왔다고 분석한다.
 
8월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남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기온이 30℃까지 올라 같은 기간 기준 81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직전 기록은 1942년 8월 1일의 24.6℃였다. 이 지역 기온이 겨울에 30℃를 넘어선 것은 2014년 8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통상 이 시기 이 지역 기온은 15℃ 정도다.

남미 인접국들도 때 아닌 겨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파라과이 기상청에 따르면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기온은 4일 최고 3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6일엔 36℃까지 오를 수 있다. 파라과이와 칠레에선 이번 주 37℃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우루과이 곳곳의 기온도 이번 주 30도까지 올랐다.' - <프레시안>, 2023년 8월 4일

당시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기후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여기 와 있고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

[참고자료]
- Constance Malleret, ['Hell de Janeiro': scorching heat highlights Brazil's glaring inequality], (Guardian, 2023년 11월19일)
- [스위프트 브라질 공연 중 20대女 갑자기 사망…"체감온도 60도였다"], (문화아이뉴스, 2023년 11월19일)
- 김효진, [남미 곳곳 '한겨울에 37도'…"세계, 올해 1.5도 상승 뒤 삶 첫 실감"], (프레시안, 2023년 8월4일)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지난 2023년 11월20일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만 매일 2시간 편성제작되고 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경기, 인천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남미폭염 #리우데자네이루 #테일러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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