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순이
이정은
일반적으로 길고양이의 경우 중성화수술을 한 후 그 표식으로 귀를 1cm정도 잘라내지만 녀석의 귀는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길에서 살기 전 분명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살면서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누군가 잃어버렸거나 아니기를 바라지만 버렸다는 얘기일 터.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에 불만의 글 하나가 게시되었다. 바로 단지 안에 오가는 고양이가 무서워 고양이가 있는 곳을 피해 다니느라 힘들다는 얘기였다. 아이가 너무 무서워해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사료를 주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얘기로 글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글엔 기다렸다는 듯 동조하는 의견을 댓글로 남겨놓은 분들도 있었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분들을 향한 글이었으리라. 혹여 글을 게시한 분이 이사를 가게 된다면 그곳엔 과연 길에서 사는 고양이가 없을까. 의문이다.
나는 고양이를 잘 알지 못한다.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으나 강아지와 고양이는 습성이 다르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사람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위협하는 건 오히려 강아지(개) 쪽이겠지.
고양이는 오히려 사람이 보이면 도망가는 쪽이 아닌가. 물론, 모든 사람이 고양이(혹은 강아지)를 좋아할 수는 없다. 고양이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무섭거나 싫은 마음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 불만 글이 게시된 이후 관리사무소에 고양이와 관련된 민원이 수차례 접수되었다고 한다. 해서 강제성은 없지만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자리를 철거해 달라는 협조문이 올라오기도 했고, 이후 누가 치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고양이 사료 그릇이 치워지거나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집을 훼손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내가 사는 동 근처에서 큰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가 함께 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녀석들이 자리 잡은 곳이 하필이면 분리수거장 옆이라 사람들 눈에 자주 띄게 되는데 사료 그릇이 사라진 이후 자꾸만 음식물 쓰레기통 근처나 종량제 쓰레기통 근처를 배회한다. 그만큼 먹을 것이 궁하다는 얘기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