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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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각각의 이유가 다 있다. 서울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의미를 더하게 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해 윤석열 정권의 지키미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다. 검찰청이 자리한 서울 서초구 을에 검사 출신 장관이 출마하는 방안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서초만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 갑이나 서울 송파구 갑처럼 소위 '강남3구' 같은 텃밭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대체로 현역 의원의 불출마가 확정됐거나 '컷 오프' 가능성이 타진되는 지역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최재형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종로를 제가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일부 거론되는 지역구의 경우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 인사들이나 현역 의원이 꽤나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편한 지역구에 가는 것보다, 더 상징성 있는 험지를 선택해서 돌파해내야 당 분위기가 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신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나 이런 것들을 봐서 본인이 쉬운 지역이 아니라 조금 어려운 지역으로 가서 모든 당의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함께한다면 그 시너지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지 않을까"라고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손짓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구 을의 경우, 현역 정청래 의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맞대결을 위해 한동훈 카드를 인천 계양구 을에 쓰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두 지역 다 야당세가 강한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인천 계양을의 경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객 공천 이야기도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그 외에는 한 장관이 방문해 보수층의 열기를 실감한 대구 출마도 '보수의 심장'이라는 점에서 거론되고 있고, 그가 검사로 근무했던 부산이나 대전, 그의 본관인 청주 이야기마저 맴돌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수도권 도전을 선언한 하태경 의원의 부산 해운대구 갑이나 탈당과 함께 차기 불출마를 선언한 황보승희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처럼 '빈' 지역구도 있다.
수도권 험지냐, 텃밭 출마냐, 비례대표 순번을 받느냐
출마를 전제로, 큰 틀에서 보면 세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여권 최대 난제인 수도권 험지에 직접 나서서 돌파하는 방법, 상대적으로 선거운동 부담이 덜한 '텃밭'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는 방식, 마지막으로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받는 길이 있다. 여기서 텃밭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는 같은 맥락의 방법론이다. 개인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 부담이 덜한만큼, 전국 여러 지역구를 순회하며 다른 후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각 시나리오별로 일장일단이 있다. 수도권 험지 출마는 우선 명분이 있다. 어려운 수도권 선거에 솔선수범해 나가겠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 어려운 선거에서 한동훈 장관이 승리한다면, 단숨에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낙선하게 될 경우 다음 행보를 장담할 수 없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이다.
한동훈 장관은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데뷔하지 않았다. '정치 초보'로 이제 초선 의원에 도전하는 자리이다. 그런만큼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전한' 길을 갈 수도 있다. 보수 진영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카드인 만큼, 후일을 위해 상처 없이 온존하자는 전략이다. 대구나 '강남3구'처럼 '공천=당선'인 지역구들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다만, 명분이 약하다. 안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 이미지가 중도 확장성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오게 되면 당초 기대했던 효과도 반감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한동훈 장관은 어느 지역구에 가서 출마하는 거 이것은 의미가 크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적 기대 또 관심 이런 인지도가 있어서, 결국은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면 훨씬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맡기는 것을 당 지도부도 검토할 것으로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선거를 지휘할 만한 자리를 맡아 전체 판에 도움을 주는 모양새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례대표로 가더라도 당선이 안정적이고 상징적인 앞쪽 순번을 받을지, 아니면 비례 득표를 독려하기 위해 후순위를 자처할지도 갈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례 험지가 답이다. 비례도 양지가 있고 험지가 있다"라며 "한동훈의 역할은 우리 당의 전국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 전국 지지율과 연동된 게 뭔가? 비례 숫자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당선권 경계선에 걸친 뒤쪽 순번을 받아 최대한 표를 결집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김웅 국회의원은 '강남3구'를 추천했다. 하 의원과 같은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그는 "한 장관은 이미지나 이런 걸로 봤었을 때 결국 강남 3구에서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만약에 비례로 나가거나 대구에서 나가게 되면 더 심각한 거다. 그렇게 되면 우리 당이 일종의 (황)태자당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나 대구 출마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 이미지가 굳어지고, 당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렇다고 험지 출마는 위험하니 적절한 타협책은 제시한 셈. 김 의원은 "오히려 강남 3구에서는 사실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개인기로 돌파 가능한 험지? 명분과 실리의 교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