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11월 22일, 윤석열 정부가 비행금지구역을 정한 9.19 군사합의의 1조 3항을 무력화하자 북한이 이튿날인 23일 군사합의 전체를 "무효화 한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 국방성은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따라 중지하였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서 무력화로 우리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사단과 군단에서 운용하는 드론(UAV)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군사적 이점을 취하는 동안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포병 화력을 증가시키고 드론의 활동도 배가시킬 것임을 사실상 예고하고 있다.
북방한계선 일대의 북한 해안포도 언제든 사격이 가능한 준비태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의 해상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북한은 해상 사격훈련도 재개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업시설을 자주 방문하여 생산을 독려했음을 감안한다면 군사분계선 일대에 초대형 방사포와 사거리 연장탄, 공격 드론도 추가 배치될 것이다. 전방 감시초소(GP)에서의 군사 활동도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북한의 공세적 군사력 운용을 우리 군이 다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우리 군은 지금껏 북한에 대한 수많은 정보 수집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인공위성이나 드론, 정찰기와 같은 기계 정보만으로 북한을 다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인공위성으로 조종되는 원격무기와 암호 해독 및 감청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라는 무장단체의 기습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무언가 힘을 자랑하면 북한이 굴복해 도발은 없을 것'이라는 오만과 망상은 버려야 한다.
지난해 12월에 북한이 무인기를 용산에 침투시키는 동안 대통령실은 그 사실 자체도 모르다가 대응에 실패했다. 그 두 달 전에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강릉 앞바다에 발사한 데 대응해 우리 군이 현무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그 미사일이 앞이 아닌 뒤로 날아가 우리 군 부대를 타격한 일은 또 어떠한가. 하물며 북한의 오징어잡이 목선이 동해 NLL을 월선해 우리 해안에 접근하는 걸 까맣게 모르다가 나포하지도 못한 경계의 실패는?
우리의 육지와 바다, 공중은 드론 몇 대를 보강하고 감시 장비를 추가 투입한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공간이 아니다. 실로 복잡한 공간에서 힘에 의한 안전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나머지는 지략과 외교에 의한 안보전략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 교훈을 무시하고 합의서를 무력화하는 윤 정부의 단순무식함이 바로 앞으로 초래될 안보 공백의 가장 큰 주범이다. 윤 대통령은 실패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식 안보를 닮아가는 중이다.
한밤의 전자결재, 소신을 버린 장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