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갈등, 칼로 끊지 말고 풀어야 한다"

남북평화재단 주관 남북평화협력 아카데미 특강 후기

등록 2023.11.26 14:35수정 2023.11.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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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문제는 80년 말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연이어 수교하자 북한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
    
23일 서울 서대문 공간이제에서 남북평화재단이 주관한 '남북관계의 역사와 교훈'에서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북한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소련과 중국 두 배후국가가 손절하자 소위 '비대칭 탈냉전'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한미 확장억제에 대항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분석이다.  

남북평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은 2007년 평화로운 조국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로 올해 '남북평화협력 아카데미'를 기획해 여러 북한전문가를 초대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핵은 '비대칭전략'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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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특강하고 있다. ⓒ 이혁진

    
이 기자는 1948년 남북한정부 설립부터 2023년까지 남북관계 75년 역사와 흐름을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새길 교훈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한국 수교 이후 30년이 지나도 미국과 일본과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북미 적대관계의 소산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기자는 분단 이후 1972년 남북이 처음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도한 7.4 남북공동성명을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이때 설정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평화 통일 3대 원칙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2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 2018년 판문점 선언의 모태였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남북한 75년 역사 중 2018년 세 번의 남북한 정상회담을 전례 없는 사건으로 주목했다. 이때 남북정상이 백두산 성지에서 손잡은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기자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한 연설을 분단 이후 역사에 기록될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북한핵을 둘러싼 갈등이 한반도 평화의 핵심이다.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평화가 곧 올 것 같더니 지금은 남북관계가 깊은 나락에 빠져있다.
     
1998년부터 금강산관광 등 남북 현장을 취재한 이 기자의 이날 강연은 현안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이 기자는 "'한반도평화 안전핀'이라 할 수 있는 '9.19 군사합의'를 북한이 급기야 파기하면서 남북은 지금 비유적으로 '지옥문'이 살짝 열린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8년 '9·19 합의' 중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제1조 3항의 효력을 22일 오후 3시부로 정지시키자 북한 국방성은 다음날 오전 사실상 9·19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 기자는 "우리 측의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해 북한이 즉각 더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은 매우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면서 "정부는 말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만들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군사합의 파기로 향후 군사분계선 등에서 양국의 충돌 등 전쟁 위기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북통일 사업을 지원하는 이 아무개 목사는 "합의서를 우리가 파기하는 것은 북에 추가도발의 빌미를 주는 꼴"이라며 성토했다.
     
이 기자는 이어 "북한핵과 9.19 군사합의서는 별개 문제"라 말했다. 군사합의는 재래식 무기 충돌에 대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북갈등은 끊는 게 아니라 풀어야 한다"
    
강연 이후 여러 의견과 토론이 이어졌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합의서 내용을 북한이 무시하고 지키지 않아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무엇보다 합의서 이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국가보안법(1948년)과 남북교류협력법(1990년)이 충돌할 경우 이 기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신법 우선주의에 따라 교류협력법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있다 "고 진단했다.
     
북한핵에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이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면서 핵무장이 인지상정이더라도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또한 핵을 가지게 되면 북한처럼 현실적으로 교역이 불가능하고 일본과 대만 등 인접국의 '핵도미노' 현상도 간과할 수 없는 점도 지적했다.
     
이 기자는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D(억제-설득-대화) 전략은 북한을 먼저 겁박하는 것이므로 원만한 대화와 진정한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남북갈등은 칼로 끊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라며 절망하기보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수상 빌리브란트의 말을 인용했다.

"평화는 전부가 아니지만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북한핵 #정찰위성 #판문점선언 #남북평화재단 #군사분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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