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화환에는 '노동자 부당해고 철회하라', '노동법 사망을 애도한다' 등 문구가 검은 글씨로 적혀 있다.
김화빈
"넥슨이 또 '넥슨 짓'을 했다." -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
게임업계가 또다시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넥슨 사옥 문 앞엔 '2023년 노동법 사망을 애도한다', '개인사상 검열·부당해고 규탄한다'고 적힌 근조화환 9개가 놓였다. 일반 시민과 여성·노동단체들은 "기업들이 혐오세력 앞에 그야말로 납작 엎드렸다"고 비판했다.
넥슨에서 8년 만에 재발한 사상검증 논란
대형 게임사인 넥슨은 지난 23일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인 엔젤릭버스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게임 홍보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그런데 일부 남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게임 홍보영상 속 캐릭터 손 모양을 두고 남성혐오(남혐)를 상징하는 '집게 손'이라고 주장했다.
남성 이용자들 집단 항의가 이어지자 넥슨은 26일 자정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비공개 조치했다. 제작사인 스튜디오 뿌리도 입장문을 통해 "게임의 방향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런 발언들로 해당 영상이 연관되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며 "해당 스태프는 앞으로의 수정 작업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작업하고 있던 것도 회수해 폐기하고 재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이용자들은 집게 손 모양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상징이라며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집게 손 모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편의점 GS25와 치킨업체 BBQ 등은 홍보물에 집게 손 모양을 사용한 뒤 해당 홍보물을 내리고 사과한 바 있다.
특히 '사상검증'에 따른 여성 노동자 부당해고는 게임업계에 만연한 고질병이다. 넥슨 코리아는 지난 2016년에도 한 성우가 SNS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어 논란이 일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018년 IMC게임즈는 자사 일러스트레이터가 SNS에서 페미니스트를 팔로우하자 일러스트레이터의 실명을 공개하고, 징계성 면담기록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2023년 7월에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개발사인 '프로젝트문'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입사 전 SNS에서 불법촬영 반대시위 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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