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와 당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노동권 침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억지 남혐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 -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게임업계는 페미니즘 사상검열, 노동권 침해 중단하시라." -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최근 게임업계에서 또 불거진 소위 '남성혐오' 논란에 정치권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의당과 진보당이 일련의 사태가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페미니즘 사상검열'이라고 지적하며 비판의 날을 세운 것.
발단은 지난 23일,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홍보 영상이었다. 넥슨의 유명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직업 중 하나인 '엔젤릭버스터'의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캐릭터가 인터넷 페미니즘 커뮤니티였던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집게 손' 모양을 취했다는 것이다.
해당 집게 손 제스처는 한국 남성 성기가 평균적으로 작다는 의미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성격이 강하다. 당초 의도는 여성의 가슴 크기 등 특정 신체 부위에 집착하는 한국 남성들의 시각을 '미러링'하는 의미였으나 이후 반복적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일종의 혐오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안티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일부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작자가 남성을 조롱하기 위해, 맥락에 맞지 않음에도 일부러 해당 장면을 넣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등 빠르게 대응했다. 이외에도 여러 관련 업계 책임자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애니메이터의 과거 SNS 글이 표적이 되고, 아직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스튜디오에서 퇴사하게 되는 등 사실상 여성 노동자의 페미니즘 성향을 검열한 것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원내 진보정당들도 목소리를 냈다.
장혜영 "'페미'라는 이유로 낙인찍고 직업 잃게 만드는 민주주의?"
▲ 청년진보당 “게임업계는 페미니즘 사상검열, 노동권 침해 중단하라” ⓒ 유성호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넥슨은 부당한 남혐 몰이에 사과하는 대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조장을 단호히 제지했어야 한다"라며 "이것은 페미니즘의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넥슨의 사과문 그 어디에도 해당 홍보물이 우리 사회의 어떤 공적 가치를 훼손했기에 이런 부당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적혀있지 않다"라며 "게임사 입장에서 주 고객이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남성 유저이기에 눈치 보고픈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은 '용사님' 이전에 모든 시민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은 이렇게 도를 한참 넘은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지독한 백래시에 침묵해선 안 된다"라며 "저부터 발언하겠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함께 나서 발언해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던 정치인들 역시 책임을 느끼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GS 편의점 포스터의 손가락 모양을 들먹이며 디자이너 사상검증의 선봉에 섰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라며 사실상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를 저격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GS25 편의점 체인의 포스터 속에 등장하는 손가락이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일부 커뮤니티의 논란을 이어 받아 "핫도그 구워서 손으로 집어먹는 캠핑은 감성캠핑이 아니라 정신나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관련 기사:
"커뮤니티 담론을 왜?"라는 이준석의 '이준잣대' https://omn.kr/1uown).
장 의원은 이어진 포스팅에서도 "'페미'라는 이유로, 혹은 '페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가혹한 짓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퍼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있다"라며 "누군가를 오로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낙인찍고 괴롭히고 욕설을 퍼붓고 직업을 잃게 만드는 이들을 방관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는 민주주의? 나는 그런 민주주의는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역사 위에 페미니즘 마녀사냥이 활개치는 지금, 현재의 민주주의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마녀사냥에 단호히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 역시 28일 논평을 통해 "왜곡된 시선으로 여성혐오 공격을 확산시키는 이들에 잘못된 효능감을 심어주는 게임업계를 규탄한다"라며 "매출을 핑계로 비민주적, 차별적 세계관에 눈을 감고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백래시에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업계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유저가 평등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라며 "있지도 않은 일을 진짜로 둔갑시켜 혐오를 퍼뜨리는 사이버불링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도록 모두가 각성하고 노력해야 할 때"라고도 이야기했다.
진보당 "남혐 주장 아무 근거 없다... 성차별 관행 용인한 정치권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