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놓여진 가운데, 골목 입구에 '이태원 10.29 골목'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권우성
불법 건축물을 무단 증축해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와 인근 주점 운영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호텔 뒤쪽 거리에 무단 증축된 테라스의 경우 유죄가 인정됐으나, 참사가 발생한 호텔 서쪽 골목에 무단 증축된 담장은 무죄로 판단됐다.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 1년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었으나, 피고인들은 모두 검찰의 구형보다 훨씬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4단독(판사 정금영)은 29일 건축법·도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아무개(76)씨에게 벌금형 80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인근 주점 '브론즈' 임차인 안아무개(40)씨와 '프로스트' 업주 박아무개(53)씨에게는 각각 벌금형 500만 원과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밀톤호텔 법인 해밀톤관광과 프로스트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각각 벌금형 800만 원과 100만 원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해밀톤호텔 서쪽 담장에 대해 "일부 공간을 둘러막는 방식으로 지어졌고 높이가 2~2.8m에 이르며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는 상태다. 담장 안쪽엔 호텔 지하로 연결되는 별도의 출입구가 존재하고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며 "이는 건축법상 담장에 해당하며 국토정보공사 심의 결과 담장이 도로를 침범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담장은 건축물과 분리해 축조된 것이 아니므로 2m가 넘어도 건축법 위반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씨와 해밀톤관광이) 도로 침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호텔 뒤쪽 테라스와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안씨는 위반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시행명령을 두 차례 받았음에도 무시했고 건축물을 방치한 기간이 길며 수익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박씨는 핼러윈을 앞두고 건축물을 임시 증축한 것이며 도로를 점용한 기간이 길지 않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6m 이상이던 골목의 폭이 줄어들어 (통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됐을 것"이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은 선고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빠른 걸음으로 흰색 승용차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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