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도로가도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 횡단도로
오영식
우리는 다시 시베리아를 향해 내달렸다. 이제부터는 하루 500km 이상 달려야 하는 구간이 매일 이어진다. 좁은 땅덩어리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하루 운전 거리가 너무 긴 거 아냐?' 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도시 간의 간격이 넓어 500km 이하에는 아주 작은 마을만 있고, 주유소도 만나기 힘들다는 걸 나도 러시아에 와보고야 알았다. 그러다 시베리아 횡단을 출발한 지 꼭 일주일 만에 탈이 났다.
오는 중간에 잠시 어지러운 증상이 있긴 했지만, 잠깐 차를 세워 휴식을 취하면 없어졌었는데, 이날은 새벽에 눈을 떴는데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너무 어지러워 몸을 일으킬 수도 없어 억지로 눈을 감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빠, 나 배고파."
"응, 태풍이 일어났어?"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번엔 구토까지 나오려 했다. 서둘러 즉석밥으로 아들 밥을 간신히 차려 주고 다시 누웠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어지러운 증상이 몇 번 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어제 숙소 직원에게 '근처에 병원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병원은 차로 1시간 정도 가야 있지만, 구급차를 부르면 금방 온다고 했고, 숙소 길 건너에 의원이 하나 있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전 9시가 되면 아들과 함께 의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태풍아, 아빠 너무 어지러워서 이따 9시에 병원 가야겠어."
"왜? 아빠 많이 아파?"
"응, 계속 어지러워서 걷지도 못하겠어."
이제 키가 겨우 120cm가 넘은 또래보다도 작은 아들에게 기대 길 건너 의원으로 향했다. 전문 진료과목은 산부인과였고 한 시간 정도 대기하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의사에게 간신히 번역기를 통해 설명하니 의사는 내 신체기능을 검사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뇌졸중 증상을 검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은 멀쩡한 것 같아 '단지 어지럼증만 있다'라고 다시 말했다.
그랬더니 의사는 그럼 내일 다시 와서 혈액검사를 하자고 했다. 왠지 여기서는 정확한 증상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일단 '알았다'라고 대답하고 나왔다. 그리고 혹시 몰라 일단 아들과 근처에 있는 작은 식료품점에 가서 비상식량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태풍아, 아빠가 지금 너무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거든? 오늘은 태풍이 혼자 놀아야 해. 심심해도 참을 수 있지?"
"아빠, 많이 아파?"
"그래, 아빠가 아파서 토한 거 본 적 없지? 그런데 아까 병원 앞에서 토했잖아."
"그래? 아빠 그러면 쉬어. 오늘은 나 혼자 놀게."
아들에게 간신히 점심을 차려 주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아들 핸드폰 검색 내용에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