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포스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현재의 외국인력정책에 대한 긴급진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정현주 센터장(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이주센터)은 인사말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라든지 열악한 주거상황을 보면 너무 심각한 문제인데 모두가 외면하고 있고 이렇게 외면해도 되나 싶을 정도"라며 "학교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왜 이런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가에 대한 성찰 지점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국인력 도입정책은 1991년 11월 해외투자업체연수제도를 시작으로 1993년 11월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거치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외국인산업연수생은 16만 5천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산업연수생 제도는 인권침해 문제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인권유린, 산업재해, 저임금, 노예노동, 감금, 폭력 등 연수제도라는 본연의 취지를 무색게 했다.
당초 정부의 산업연수생제도는 제3세계와의 기술 협력을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영세 중소업체가 저임금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는 편법 조치로 활용되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협동중앙회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일부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정부는 2002년 7월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농업, 축산업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 개선안 발표 이후 2002년 8월 국가인권위는 정부안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국무총리에게 산업연수제 단계적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당시 인권위는 "산업연수생제도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유발하여 국제사회에 인권탄압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보다 당당하게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합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노동3권 보장 및 사회보장 포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금 체불, 열악한 주거, 의료 서비스 제한
결국 정부는 2003년 8월 고용허가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당시 이주노조는 노동조건이 악화되었다며 고용허가제 반대와 단속 추방 중단 등을 요구하며 거리 집회와 명동성당 농성 투쟁을 전개했다.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열악한 주거환경, 연간 천억 원이 넘는 임금 체불, 사업장 변경 제한 등의 문제는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임선영 팀장(국가인권위 이주인권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130만 명으로 추정해 볼 수 있고 이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주거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노동자 숫자와 업종이 확대되면서 근로 감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주거환경의 열악성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인권위의 수차례 권고에도 고용노동부는 불합리한 숙식비 지침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 임 팀장은 "실태조사를 해보면 여성과 남성 노동자를 같은 방에 머물게 해 이에 항의하면 '같은 나라 사람들 아니냐?'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고 말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농림축산부, 지방자치단체와 예산을 확보해 공공주거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변화가 있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런 생활 공간으로서의 주거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공공형태의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발표는 최정규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가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먼저 한국에서의 임금 체불을 미국은 임금 절도(Wage Theft)라고 한다며 우리 사회가 임금체불 문제를 노동자 시각이 아니라 사용자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표자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한 해 체불 임금이 1300억 원을 넘는다고 하는데 고용노동부는 체불 신고 금액에 대한 통계만 발표할 뿐이지 어느 정도 규모가 청산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예컨대 1300억 원 중에서 얼마가 지불이 되지 않았는지 통계가 있어야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가 지급이 안 되었는지,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로 귀국하는 외국인 노동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통계가 없다는 사실은 정부가 이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내국인과 비교해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 피해가 갖는 특징이 있다면서 최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은 내국인 문제와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에 비해 첫째 공익신고가 어렵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기 때문에 신고 즉시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임금체불 액수 산정이 어렵다. 사용자에게 근무시간 기록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셋째, 임금채권 추심이 어렵다. 5인 미만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 넷째, 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체류 연장을 잘 해주지 않는다. 소송비와 생활비 마련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