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뉴질랜드 총선은 독일식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총선처럼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제1투표'와 지지 정당을 뽑는 '제2투표'로 1인 2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구 72석(지역 65석+마오리족 대표 7석), 비례대표 48석으로 의회를 구성한다. 다만 선거 결과에 따라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성호
그래도 필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국민참여 확대라는 상식이 자주 언급되다 보면 그 방향의 개혁이 점진적으로, 때로는 급속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이 하나의 사례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소선구제를 유지해 오면서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노동당이 권력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양대 정당의 기득권에 반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1993년에 도입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978년과 1981년의 선거에서 두 차례 모두 국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집권했는데, 정당 득표율은 노동당이 오히려 더 높았다. 속이 상했던지, 노동당은 1984년 선거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하고 승리하였고, 공약에 따라 개혁특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개혁특위가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자 노동당은 반대했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양대 정당이 나눠 먹는 독점 구도가 깨질 것으로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1987년 선거에서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한 노동당은, 재집권하면 이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이 다시 승리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국민투표를 뭉갰다.
그러자 1990년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이런 노동당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공략하여 선거에서 승리했다. 국민당도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되니 마지못해 1992년에 비례대표제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다. 국민투표 결과 84.5%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고 64.9%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지지하였다. 양대 정당은 모두 개혁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이 1993년 의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여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고,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53.9%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양대 정당 체제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의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도 뉴질랜드 같은 극적인 변화를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가자. 제22대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 선거제도에 대한 합의가 없다. 물론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최선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는 못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는 지켜야 한다. 첫째로,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지금과 같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위성정당이라도 금지해야 한다.
최근 정계에서는 '이준석 신당', '비명계 신당', '금태섭 신당', '개혁연합 신당', '선거연합 정당', '비례연합' 등 여러 설이 나온다. 새로 생기는 정당 또는 연합은 위성정당에 반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민주당은 약속을 지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한 소규모 정당 및 새로 생길 정당과 연합하여, 뉴질랜드와는 달리 시원하게 변화를 이루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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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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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뉴질랜드처럼 거대 양당 선거 카르텔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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