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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소환된 떡볶이, 그 뒤엔 '색다른 갑질' 있었다

OO떡볶이 사례가 보여 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의 부조리한 현실

등록 2023.12.07 10:15수정 2023.1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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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필자의 주변 반응으로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무슨 떡볶이? 못 들어 봤는데? 저런 중소업체도 국정감사에 불려 나오나?'

바로 '의외성'이었다. 해당 가맹본사는 인지도 약한 중소기업이 맞다. 그러나 여기에 또 다른 의외성이 숨어 있었다. 그 곳이 '연 매출 900억 원'의 규모 있는 기업이란 사실이다. '떡볶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서민적'이란 감성에 가려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국회가 간식인 떡볶이 프랜차이즈 회사를 불러 닦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정말 알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있다.

갑질의 양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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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떡볶이 업체가 국감장에 소환된 이유는 '갑질' 때문이었다. (위 사진은 해당 업체와 관련이 없습니다.) ⓒ pixabay

 
OO떡볶이 본사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것은 언제나 그렇듯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갑질' 때문이었다. 문제는 해당 기업의 갑질이 그 전과 다른 양상을 띠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갑질은 주로 잘 나가는 본사가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점주들을 쫓아내는 상황이었다. 반면 이번 사건은 파격적 조건(로열티 등을 면제하는 6무 정책)으로 가맹점주들을 모집한 후, 과도한 프로모션과 비싼 원부자재 납품으로 점주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런 뒤 나가고 싶으면 위약금을 내고 나가라고 한 것이다. 피해 가맹점주 중 한 명인 A씨는 그때를 곱씹으며 이렇게 주장했다.

"최초 창업 상담 때, 분명 '적자로 인한 폐점은 위약금 청구가 없다'라고 안내받았습니다. 그런데 영업 중 실제 적자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폐업하겠다고 하자 위약금을 내라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왜 계약 때와 말이 다르냐고 따지니 이번에 본사는 '위약금은 없을 테니, 양도 양수해서 가맹 계약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는 말로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전 우롱당하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더 문제는 이런 사례가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신생 프랜차이즈들이 단기간 가맹점주를 최대한 모집하기 위해 우리 사례처럼 6무, 7무, 10무 정책 등을 강조하며 진입장벽을 낮춘 후, 창업하는 가맹점주들에게 과한 물류비용을 전가하여 이익을 챙기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나 법은 멀고 갑질은 가깝다

프랜차이즈, 즉 가맹사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 과정을 거쳐야 정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이처럼 공공기관에 '등록'이란 과정을 거치면 사람들은 그에 '신뢰'를 가진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쉬운 '을'의 입장에서 그 아쉬움을 권력화하는 '갑'의 계약서나 의심스러운 행태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설마'하며 외면한다. 그런데 그 설마가 사람을 잡는 것이다. 이때 또 혹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법이 있잖아'

사람들 대부분은 단순하게 정의의 여신이 있는 신전으로 뛰어가 정의의 '법봉'으로 심판을 내려달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곳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대부분 도중에 이탈하고 그나마 도착한 소수조차 신전이 너무 바쁜 관계로 대기석에서 기다리다 심판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쓰러진다. 이런 사정을 가맹 희망자들은 물론, 점주의 무지와 무분별을 지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모른다.

B 사장은 다음과 같이 이번 사건의 소회를 밝혔다.

"전 또 다른 이유로 화가 났습니다. 대형 브랜드 프랜차이즈 점주들과 중소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대항능력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대형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상대적으로 큰 투자금액과 시간적 여유로 점주들이 힘을 모아 가맹본부가 함부로 위력행사 못 하게 어느 정도 성과를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중소형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은 대부분 생계형이기 때문에 금전적, 시간상으로 본사의 위력에 대항하기 힘듭니다. 그걸 잘 아는 가맹본부는 이 약점을 조금씩 파고들어 점주들을 무너뜨리고 보란 듯이 갑질을 일삼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더 가혹해도 그동안 여론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바로 앞에 서술한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정말 알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최근 가맹사업계도 1인 또는 부부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한 본사들의 악의적 착취가 우리 사회에 횡횡하고 있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 가맹점주들의 현실이다. 

불법일까? 편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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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기세등등하기 시작했다. ⓒ unsplash

 
'전세사기'. 이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집주인의 전세금 미반환을 '범죄'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새로운 신조어로 규정되면서, 범죄로 인정되었다. 이 사건이 '조직적, 계획적, 악의적'이고 임대인이 집을 잃더라도 다주택을 이용하여 상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를 이번 6무 창업에 대입해 보자, 6무라는 단어 뒤에 원부자재 유통 마진을 숨겼으니 '계획적'이었으며, 회사 차원이니 '조직적'이었으며, 망한 점주들에 부과한 위약금은 '악의적'이라고 보여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부탁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등록하는 계약서를 잘 살펴봤으면 합니다. 점주에게 유리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처럼 악의적 위약금으로 가맹점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본사들을 속속들이 찾아내 엄중히 제재하여 관련 업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전 OO떡볶이 가맹점주 A씨

"저는 우리처럼 중소형 프랜차이즈로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본사 갑질에 대항할 수 없는 가맹점주를 위해 공정위가 본사 갑질 사례와 가맹사업법 전반에 대한 교육을 예비가맹점주들이 필수 이수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렇게라도 한다면 점주들이 매출의 노예가 되는 경우를 줄이고, 점주와 본사 함께하는 상생의 기본 정신을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전 OO떡볶이 가맹점주 B씨


상투를 틀어 잡은 프랜차이즈 기업들

언젠가부터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기세등등하기 시작했다. 2016년 모 프리미엄 김밥 프랜차이즈의 과도한 원부자재 유통 마진 갑질로 점주들이 반발하며 분쟁을 일으켰을 당시, 본사는 고개를 숙이긴커녕 점주들은 물론, 공정위 등 감독 기관의 담당자들까지 고소하는 맞대응을 했다.

이뿐인가? 최근 '쎈수학' 본사 '좋은책신사고' 대표 홍범준씨는 작년은 물론 올해 국정감사의 증인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OO떡볶이 대표도 1차 증인 호출 때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었다. 한마디로 오냐오냐했더니 상투를 틀어잡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OO떡볶이 결말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국정감사 이후 본사는 국회와 여론의 압박에 위약금을 철회 등 점주들 요구 사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래서 이번 기사는 이 부분을 고려하여 이미 알려진 사건임에도 브랜드를 가려 서술했다).

이번 사건은 결코, 어느 가맹본사만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만들어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시키는 아주 큰 해악의 단면인 것이다. 특히 이런 부조리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경제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행정부의 관리가 느슨할 때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례다.
#떡볶이 #갑질 #프랜차이즈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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