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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엄마가 아이 아픈데 브런치 먹으려고..."

"소아과 오픈런, 맘카페·브런치 탓" 우봉식 의협 원장 뭇매... 전문가들 "국민 삶 공감 못한 막말"

등록 2023.12.07 18:06수정 2023.12.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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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방문한 경기도 김포시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외래접수 표시판. 30분도 채 안 되어서 외래접수자가 400명으로 늘어났다. ⓒ 김화빈


"세상에, 어떤 엄마가 아이가 아픈데 브런치를 빨리 먹고 싶어 '오픈런'을 하나."

7일 오후 2시께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소아청소년 병원에서 만난 이아무개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가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려고 아침에 몰려들어 소아과가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의사 증원 기조에 반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씨뿐만 아니라 의료·보건 전문가들 또한 이를 "왜곡된 주장"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기자가 찾은 이날 병원에는 점심시간 이후 진료임에도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2시쯤 386번이던 번호표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400번대를 넘겼다. 진료 대기 공간에는 링거를 꽂고 대기하는 소아와 예방접종 주사바늘이 무서워 우는 아이들도 여럿 보였다.

구래동에서 6세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이씨는 "아이가 아프니 걱정되고 불안해서 (이른바 오픈런을 통해) 빨리 진료받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나. 진료 대기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힘든 일"이라며 "순서만 지켜진다면 (진료 예약 기능이 있는) 어플을 쓰고 집에서 편히 있고 싶지만, 소아과 특성상 중한 환자가 생기면 진료에 변동이 생겨 오픈런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의 이비인후과 진료를 위해 4시간도 기다려 본 적 있다"며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소아과 의사 선생님, 유치원·어린이집·학교 선생님들을 존경한다"라며 "(그분들이) 고생하시는 것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것을 부모들도 알고 있다.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지 오픈런 얘기를 하며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의협 싱크탱크 "응급실 뺑뺑이는 소방대원 탓... 의사소득 논란은 '증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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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 원장 말대로 맘카페의 악의적 소문으로 소아과병원이 줄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한 젊은 엄마들 때문에 소아과에 환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는 잠시만 생각해도 어폐가 있는 주장이다. ⓒ 계간 <의료정책포럼>


문제가 된 주장은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지난 6일 발간된 의협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 쓴 글에 나와 있다. 우 원장은 의료공백의 대표적 사례인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를 거론하며 정부가 '의사 수 부족'을 원인이라고 잘못 진단했다고 썼다. 

우 원장은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아과 진료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다"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러 젊은 엄마들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선 "응급환자 분류 및 후송을 담당하는 1339응급콜이 2012년 119로 통합돼 생긴 일"이라며 "전문성이 없는 소방대원이 응급환자의 경·중증 구분 없이 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니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장은 의사의 고소득에 대해서도 "10분 이내 동네 의원서 전문의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고, 선진국들이 다 겪고 있는 수술 대기도 전혀 없다"며 "의사 소득 논란의 밑바탕에는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다. 이런 식으로 의사를 죽이기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문화혁명 이후 중국 의료의 붕괴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의협 전문가 집단 맞나... 극단적 사례 들며 자신들 이권만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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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방문한 경기도 김포시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안내판. ⓒ 김화빈

 
전문가들은 의협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의료정책연구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침소봉대", "국민의 삶에 공감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평소 의협의 행보를 보면 놀랍지 않은 주장"이라는 냉소도 보냈다.

정재수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브런치가 문제의 핵심인가"라며 "의협은 자신들의 주장을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그간의 언행은) 극단적 사례를 몇 가지 근거로 들어 (자신들의) 이권을 대변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의료행위에 대해 독점적 면허를 부여받은 직군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면허에 따른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함에도 의사 양성과 배치라는 국민 건강권 문제에 이권의 관점으로 개입하고 있다"라며 "경제 정책을 재벌과만 논의하면 왜곡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듯 의대 증원 문제도 의협과만 합의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에 공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의사 소득 논란이 가진 자에 대한 (대중의) 증오"라는 우 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마치 국민이 의사들의 고소득에 반발해 의대 정원 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식으로 막말을 했다"며 "그게 전문가의 태도인가"라고 반박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 정책국장도 "(우 원장이 몸담고 있는) 의료정책연구원은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의사가 되고 싶어 공공의대를 나온 의사' 중 누구에게 진료를 받고 싶냐는 홍보물을 만들었던 곳"이라며 "(특권층이 된) 의사들이 국민의 삶을 진정 공감하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양성을 민간에만 맡긴 채 의사 수를 늘린다면 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며 "특히 소아과 오픈런이 심각한 대학병원에선 중증 소아환자들이 의사가 없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지역과 공공에 복무할 의사들을 양성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의료접근성 문제가 좋다며 '10분 이내 동네 전문의 진료'를 언급하지만 정작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받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빼놓는다"며 "의협의 이러한 주장이 정말 의사들의 보편적 생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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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소아과오픈런 #브런치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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