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10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남소연
유 법무관리관은 그동안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관련된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을 빼라는 내용의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김계환 사령관의 업무수첩 메모를 근거로 "유 법무관리관이 혐의자를 특정 짓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요구를 했다"라면서 "국방부의 요구대로 피고인이 수사 서류 변경을 지시하게 되면 대법원 판례처럼 직권남용에 해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결과 브리핑이 취소된 후 박정훈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건을 넘기는 방안을 건의했고, 김 사령관이 이런 방안을 국방부에 제시했지만 국방부 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던 정황도 업무수첩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김정민 변호사는 "박정훈 대령은 수사단장이 수사관들에게 기존의 결과를 변경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기 위해 변사사건 자체를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이관해서 처리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것도 8월 1일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에 의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증거물로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SNS 대화록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해외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수행했던 박진희 군사보좌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오후 3시 53분에도 김 사령관에게 "ㅈㄱ(이종섭 장관을 지칭)님께서는 수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라면서 "수사권이 없기에 수사가 아닌 조사라고 하셨고, 조사본부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라며 장관 지시를 전달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더 황당한 건 박 보좌관의 문자 메시지가 오기도 전에 유 관리관이 이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본부에 이관해서 2개의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군 전체가 의심받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조사본부 이관을 통해 직권남용죄를 범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해병대 수사단과 해병대 사령관의 복안이 거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