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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는 잘라야 한다' 협박 속출... 사상검증 넥슨이 마지막이어야"

'넥슨 집게손 억지논란 비판' 긴급국회토론회... 장혜영·박지현 "공격 편든 정치인들 큰 책임"

등록 2023.12.08 16:16수정 2023.12.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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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0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민주 페미니스트연구웹진 Fwd 연구자,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 채윤태 한겨레신문사 기자,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류하경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 김화빈


"지금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곧 블랙리스트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 사태의 본질은 집게 손가락 억지논란으로 인한 페미니즘 마녀 사냥입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정치·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넥슨의 집게손 사태와 관련,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동조한 뒤 침묵하는 정치권 행태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여성·게임·노동단체들 또한 "(남초 커뮤니티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색출 허들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들을 겨냥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여러 위협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형 게임사 넥슨은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이 등장한다는 항의를 받자,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전수조사 및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집게손을 고의로 넣었다며 하청업체 여성 애니메이터 신상까지 유출했지만 실제 작업자는 4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류호정(정의당)·이상헌(더불어민주당)·허은아(국민의힘) 의원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사상검증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관련기사: 넥슨 사상검증에 동참한 의원들, 해명도 반성도 없다 https://omn.kr/26moa).

장혜영 "집게손 억지논란 '편' 든 정치인들 큰 책임"
박지현 "가짜뉴스 퍼뜨린 정치권, 가담해 놓고 사과 없어"


장혜영 의원은 8일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긴급 토론회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볼 법한 조악한 억지 주장들을 공론장으로 가져와 편들어준 정치인들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 큰 책임이 있다"며 "이 아무짝도 쓸모없는 지긋지긋한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과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정치인의 언행은 공적인 관심 대상이어서 전체 맥락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려를 충분히 해야 한다"며 "사태의 본질을 논의하지 않은 채 집게 손가락 문제점만 언급하며 '(집게손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위원장도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직업을 잃고, 살해 협박을 받고, 누군가 사무실로 찾아오고, (부당한) 징계를 받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이러한 폭력에 가담한 정치인들은 가짜뉴스를 퍼뜨린 뒤 사실관계가 바로잡혔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집게손 사태 피해자인 애니메이터 '댓서'는 입장문에서 "페미니즘은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으로 누군가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라며 "제가 작업하지 않은 그림, 입사 전 그림에서 '혐오 표현'을 발굴해 내며 (사상검증을 벌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실체하지 않는 혐오표현을 수정하느라 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더 이상 (넥슨 등 게임업계는) 논리에 맞지 않는 소수의 악성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게손 사태에 근로기준법을 논하다니... 굉장히 우스운 상황"

이날 토론회에선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며 노동자 보호를 방임한 넥슨과 커뮤니티의 논리를 그대로 전달한 일부 언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커뮤니티 사업자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이번 사태로 게임회사 안에서 '페미는 잘라야 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는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며 "넥슨이 시작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는 "단지 집게손가락 표시를 했다는 물리적 사실로 근로자를 비난하는 외부 여론이 있다고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신상이 공개된) 피해자는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회사(원청)로부터 영상이 삭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밖의 징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제26조 3항).

류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한다'고 나와있다"며 "횡령·배임·절도 등 회사에 대한 범죄행위나 과실로 인한 중대한 사고 등이 근로자 성실의무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는데 집게손 사태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우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사상검증 문제를 보도해온 채윤태 <한겨레> 기자는 "(집게손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남성혐오를 언급하며 사상검증 논리에 동조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며 "대부분 사상검증 사건은 빠르면 하루 안에 늦어도 며칠 안에 낙인이 찍히고 공격이 이뤄진다. 게임사들은 논의가 이뤄질 새 없이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직원을 배제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이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내 부적절한 활동을 중단시킬 책임이 있음에도 악성 이용자들의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사이버 범죄를 방조한 경우 일부 (광고)수익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해 수익 창출을 금하는 등 제도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검증 #페미니즘 #게임업계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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