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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을 기어 기도한다... 흰수마자와 금강에서 함께 살자

[현장]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활동가들, 공주보에서 오체투지 기도행동 벌여

등록 2023.12.09 10:51수정 2023.12.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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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활동가들이 공주보 공도교 위에서 삼보일배 오체투지 기도 행동을 벌이고 있다. ⓒ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임도훈

   
7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을 결성하고 세종보 현장 활동을 벌인 데 이어 8일에도 현장 활동을 이어갔다.

활동가들이 현재 수문이 굳게 닫혀 있는 공주보를 찾은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백제문화제를 핑계로 공주보 수문을 닫아걸더니 백제문화제가 벌써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수문을 닫은 채 다시 열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단체들의 수문 개방 요구에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 활동가들, 삼보일배 오체투지 '기도 행동' 벌여

이날 시민행동 활동가들은 공주보를 찾아 공주보 공도교에서 삼보일배 오체투지 '기도 행동'에 돌입했다. 세 번 걷고 몸을 완전히 땅바닥에 엎드려 오체(이마 양 팔꿈치와 두 무릎)를 땅에 닿은 채 기도하는 '기도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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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을 기어 기도하는 시민행동 활동가들 ⓒ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이경호

   
제발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고, 금강이 이전처럼 흐르는 생명의 강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 것이다. 공도교 우안에서부터 좌안에 이르는 600여 미터 거리에서 오체투지가 한 시간가량에 걸쳐 진행됐다.

기도 행동 현장에 함께 참여한 김봉균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부위원장(공주농민회, 한국작가회 소속 농민)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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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참가자들이 수행을 마치고 공도교에서 수문개방을 요구하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이경호

 
오체투지(五體投地)

욕심 엉킨 보에 걸려 신음하는 강물 위에
하얀 소복 강 일꾼들이 온몸을 던진다
서러운 징울림 소리가 아스팔트에 파고든다

깨끗한 물에 지은 집 망가진 흰수마자도
그리운 은모래 집 잃어버린 흰목물떼새도
달려와 함께 구르며 원망의 소리 지른다


망가지는 무릎에 새 날의 꿈을 달고
약속다진 팔꿈치에 새 강의 물길 내고
오체가 드리운 길에  희망 드론 앞서간다
 
이날 수문이 닫힌 공주보 상류 금강엔 강물이 그득했다. 반면 공주보 하류는 백제보 수문 개방의 영향으로 모래톱이 훤히 드러났다. 곳곳에 모래톱이 시원하게 드러난 채 많은 겨울철새들이 모래톱 위에서 지친 날개를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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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을 닫아 건 공주보 때문에 상류는 강물이 그득하고 하류는 모래톱이 훤히 드러났다. 이곳에서 흰수마자를 발견했다. ⓒ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임도훈

   
금강 부활의 상징, 모래톱과 '흰수마자'

오체투지 수행을 마치고 일행 중 몇은 공주보 하류 모래톱으로 향했다. 강 가까이 다가가자 깨끗하고 고운 모래톱이 다가왔다. 강물도 엄청 맑았다. 깨끗한 모래톱 위를 수달 한 마리가 지나간 자국을 곱게 새겨놓았다.

물결이 바람에 일렁이며 물결과 모래가 고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다. 강 안으로 들어가 모래를 한 움큼씩 쥐어봤다. 손바닥 사이를 고운 모래가 흘러내린다. 모래는 부활의 상징이다. 금강이 부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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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하류에 비단결 같은 금강의 모래톱이 훤히 드러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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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모래톱에 수달 한 마리가 발자국을 남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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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행동 활동가들이 금강의 모래를 한 움큼 쥐어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들이연구소' 성 소장이 그 부활의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성 소장이 강 안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모래를 한 움큼씩 계속해서 쥔 채 뭔가를 살핀다. 그 과정이 꽤 길게 이어졌다. 그 행동이 10분 정도 이어진 순간 성 소장의 입에서 갑자기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울림이 터져나왔다.

"찾았다! 흰수마자다!"

순간 모두의 눈이 성 소장에게로 꽃혔다. 성 소장이 가르킨 곳에 모랫빛에 줄무늬가 선명하고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흰수마자 한 마리가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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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과 모래톱이 만든 아름다운 무늬. 저 무늬 안에 흰수마자가 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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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 고운 모래톱 위에 돌아온 모래의 상징 흰수마자가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흰수자마는 고운 모래톱의 여울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반도 고유종 물고기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강의 흐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물고기다. 개체 수가 많지 않아서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공주보 하류에서 흰수마자가 목격됐다는 것은 이곳에 건강한 모래톱이 있다는 것이고, 백제보 개방의 영향으로 이곳에 아직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강이 살아 흐른다는 것이다. 살아 흐르는 강 부활의 상징으로 이 흰수마자가 자주 소환되는 이유인 것이다.

흰수마자는 건강한 모래강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지표종인 셈이다. 그러나 공주보의 상류에서는 녀석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물길이 깊어 강에 들어갈 수도 없을뿐더러 흐름이 없는 곳에서 녀석들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지류로 피신을 하거나 깊은 강에서 쓸쓸히 죽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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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의 상징 흰수마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귀한 물고기 때문이라도 공주보 수문을 개방해 금강을 온전히 흐르는 강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비단 흰수마자뿐이 아닐 것이다. 고라니, 삵, 너구리, 수달, 흰목물떼새 등과 같은 수많은 생명들이 강을 터전 삼아 살아간다. 마실 물과 모래톱 그리고 몸을 숨길 하천숲이 존재하기 때문에 야생의 생명들이 강을 집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문을 닫아 물길을 깊게 만들어버리면 이들이 더 이상 강에서 삶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깊은 강에서 흰수마자가 살 수 없는 것처럼 깊어진 강에서는 강을 건널 수조차 없는 야생동물들의 생존이 더욱 힘겨워지는 것이다.

야생의 생명들이 금강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이날 시민행동 활동가들의 삼보일배 오체투지는 흰수마자와 같은 야생의 생명들이 금강을 집 삼아 이곳에서 평화롭게 삶을 영위해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기도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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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오체투지를 마친 활동가들이 공주보 수문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이경호

 
환경부는 이 나라의 자연환경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조직이다. 이들의 행동을 깊이 새겨서 닫혀 있는 공주보의 수문을 하루속히 열기를 빌어본다. 그것이 땅바닥을 기면서 기도 행동을 벌인 활동가들의 소박한 바람인 것이다. 환경부의 결단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이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금강 #공주보 #삼보일배오체투지 #흰수마자 #모래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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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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