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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낙동강 찾은 임희자 "녹조 현장은 더 처참해졌다"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민관 공동조사 필요 제안... 수문 개방 강조

등록 2023.12.12 09:45수정 2023.12.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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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주최로 "낙동강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오랜만에 나갔던 낙동강 녹조현장은 더 처참해져 있었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독소가 우리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아파트 거실에서까지 검출되는 이런 현실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이것이 또다시 제가 낙동강 현장에 나서는 이유다."

임희자(53)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다시 낙동강 현장에 나서면서 한 말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지난 6일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에 이어 11일에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주최로 '낙동강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날 '가정집 실내 공기에서 발견된 녹조독소, 숨 쉬고 마시는 낙동강 주변 1300만 명의 건강,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그는 13일 오전과 다음 달 3일 같은 주제로 각각 양산 시민과 창원 시민들을 만난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오래전부터 낙동강 현장 조사를 벌여온 그는 요즘 낙동강에 다시 나서면서 각오가 새롭다. 지난 5월 13일 의령 폐기물 매립 현장 조사를 나섰다가 크게 다쳐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완전히 몸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낙동강을 찾고 있다.

임 집행위원장이 낙상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경남·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힘을 보탰다. 병원비에 보태라며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보냈던 것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 많은 사람이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격려를 해주었고, 퇴원 후에는 동네 사람이 많은 힘이 되어 우울증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병원비에 보태쓰라며 많은 사람이 돈을 모아 주었다. 모르는 분들도 계셨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낙동강을 만들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나가 달라는 바람으로 여겼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단순히 강의 문제가 아니라 유역민, 곧 국민들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다. 낙동강 물로 농사를 짓고 먹을거리는 생산하고 있으며, 식수이기도 하다"라며 "그래서 시민들이 낙동강이 중요하기에, 저를 응원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가끔 낙동강 관련한 기자회견문이나 성명서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나가 있는 활동가들이 보내온 사진이라든지 설명을 듣고 판단했다"라며 "오랫동안 낙동강 현장을 다녔으니까 직접 가서 보지 않고, 이야기만 들어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활동가들과 소통하면서 입장문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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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오후 창원마산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열린 “일본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및 일본제품 불매촉구 육상 상징의식”.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윤성효

 
아픈 다리 끌고 다시 낙동강으로, "공동조사 필요"

임 집행위원장은 아픈 다리를 끌고 다시 낙동강에 섰다. 10월 16일 낙상사고 뒤 처음으로 본포취수장, 창녕함안보, 밀양 수산대교를 둘러보았고, 같은 달 27일에는 공기 중 녹조독소(에어로졸) 조사를 위해 낙동강에다 창녕 우포늪, 창원 주남저수지를 찾기도 했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월 21일 낙동강 공기 중 녹조독소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몇 해 동안 낙동강 물로 재배해 생산했던 쌀을 비롯한 농작물에서도 녹조독소가 나왔다고 했으며, 어류에 이어 공기중에도 검출되었다고 설명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낙동강의 녹조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에 머물지 않고 수돗물로, 쌀과 무 배추 등 농산물로, 급기야 강에서 3.7km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 검출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유역의 국민들은 낙동강 독소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라며 "낙동강 유역에서 2012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벌써 11년째 녹조독소에 오염된 수돗물, 농산물, 공기를 먹고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에 대해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진상규명 과정에서 피해자와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하였던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올 여름 낙동강 공기중 녹조독소 검출 결과발표와 관련하여 환경부는 낙동강 녹조독소 조사를 하지도 않고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낙동강 녹조독소를 방치하는 환경부가 마치 범죄의 소굴처럼 보인다"고 재차 주장했다.

정부는 공기중 녹조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집행위원장은 "미국 마이애미대학 그레이스 자이(R Grace Zhai) 교수가 낙동강 대동 선착장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에어로졸에 대해 '놀랍고 아주 우려되는 수치'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금강 등 녹조물로 재배된 쌀과 농산물에 대해서 유통을 일시 중단하고 농민 구제대책과 공동조사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어민에 대한 구제대책과 어류채취 금지령 검토가 필요하며, 먹을거리에 대한 녹조독소 관리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문을 개방하여 강을 흐르게 한다면 국민들의 먹을거리, 공기, 수돗물에 대한 녹조독소 걱정은 들게 될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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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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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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