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통천각 인근 번화가.
홍성식
격의 없이 지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중년 선배들은 내게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곤 한다.
"내 자식이지만 20~30대 마음을 모르겠어. 걔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아. 지구인과 화성인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걸."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X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선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
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여행 기간 동안 사용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돈을 여행사에 미리 지불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겐 스스로 관광 스케줄을 짤 이유가 거의 없다.
반면 MZ세대들은 혼자서 여행지를 결정하고, 어떤 장소를 돌아볼 것인지 체크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X세대인 내 경우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몇 번씩 두루 경험했다. 확실히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했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 이름난 관광지와 현지 식당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걷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그런데, MZ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서설이 길었다. 어쨌건 숙소 예약과 비행기 티켓 예매 후 시간은 흘렀고, 김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 됐다.
바로 옆 좌석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둘 모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분주해 보였다.
핸드폰을 열어 유심(USIM) 카드를 바꾸고, 한국어를 입력하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저녁에 찾아갈 오사카의 맛집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MZ세대.
비행기가 날아가는 1시간 10분 내내 견과류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잡념에 빠져있던 나와는 여행의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래서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