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빌뉴스 대성당600년이 넘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오영식
다시 빌뉴스에서 멀지 않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향했다.
"태풍아, 우리 이제 리투아니아에서 방금 라트비아로 들어왔어. 저기 표지판 보이지?"
"응, 아빠 그런데 다른 나라에 오는데 왜 이렇게 금방 와? 러시아에서는 한 달이나 걸렸는데?"
"러시아는 엄청나게 큰 나라라서 오래 걸렸고, 다른 나라는 작으니까 금방 지나가지."
빌뉴스는 내륙 도시인 데 비해 리가는 발트해를 바라보고 있는 해안 도시라 그런지 인구는 비슷했지만, 도심지도 훨씬 커 보였고, 지나다니는 차량도 훨씬 많아 활기차 보였다.
노면에 차를 주차하고 시내를 걸었다. 러시아에 비해 건물의 규모는 작았지만, 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아 '이제 진짜 유럽에 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성당뿐만 아니라 시청 건물도 아주 아름다웠다. 시간이 여유로워 계속 걷다 보니 아들의 투정이 시작됐다.
"아빠, 인제 그만 좀 가. 언제까지 걸을 거야?"
"저기 건물까지만 가고 좀 쉬자!"
"아까 본 거랑 똑같구먼. 뭐가 다른데? 그만 가!"
"저기만 가고 나서 쉬자~ 저게 700년 전에 지은 건물이래~"
러시아를 지나올 땐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11시간을 뒷좌석에 앉아 보내는 게 전부였지만, 러시아를 나오고 나니 차량 이동 거리는 줄고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태권도 학원도 가고 운동을 했었지만, 그간 러시아를 지나오며 운동이라고는 하루 10분 정도 걷는 게 전부였던 아들은 체력이 약해졌는지 30분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투정을 부리며 입이 삐쭉 나왔다.
"태풍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음~ 아이스크림!"
"아이고~ 이 추운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응."
"그래. 저기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들은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이 쏜살같이 뛰어갔다.
나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들에게는 역사 유적과 아름다운 건축물보다는 아이스크림이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