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준데르트, 고흐 부친이 사역했던 교회
김윤주
빈센트는 반 고흐 집안의 맏이였다. 형제는 다섯이었다. 안나(Anna Cornelia, 1855-1930), 테오(Theodorus, 1857-1891), 리스(Elisabeth Huberta, 1859-1936), 빌(Willemina Jacoba, 1862-1941), 코르(Cornelis Vincent, 1867-1900). 부모는 고흐가 태어나기 바로 1년 전 같은 날 사산한 큰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따 '빈센트'라 이름 지었다.
마을 광장 곁에는 작은 예배당이 서 있다. 고흐 부친이 목회 활동을 했던 곳이다. 매주 일요일 아버지가 설교하는 교회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갈 때면 마당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형의 묘를 지나야 했다. 고흐는 일곱 살 무렵 그 묘비에 새겨져 있는 자신의 이름과 그 곁에 피어 있던 해바라기를 기억한다고 언젠가 편지에 고백한 바 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직 삶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의 이름이 묘비 위에 새겨져 있는 모습을 영문도 모르고 매일 봐야 했던 그 마음은. 차가운 비석, 서늘한 운명처럼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자신의 이름과 그 곁의 노란색 해바라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