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질문 듣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 대교육장에서 지명 소감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권우성
[기사 수정 : 19일 낮 12시 13분]
얼마 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족보도 없는 '역동경제론'을 들고나와 마치 정부의 국정 기조인양 포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시장경제가 주도하는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하겠다 하니, 듣기만 해도 가슴마저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흡사 이명박 정부의 '747'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생환한 듯한 착각이 든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시장 실패를 경험하는 경제 주체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는 빠지고 모든 걸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는데, 관치(官治) 수장의 무능함과 뻔뻔함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선험적으로, 관치의 검증된 무능과 철 지난 신념이 만나면 경제가 역주행하는 역동(逆動)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기재부·금융위·한국은행으로 이어지는 경제권력의 본질은 검증된 무능이다. 자영업 위기, 부동산PF 사태 등 코로나 부채에 짓눌린 내수경제는 이미 부실 뇌관이 제거된 상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우는 것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특히, 중국발 수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순식간에 13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그마저도 14위인 호주에게 꼬리를 밟힌 형국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 순위는 세계 208개국 중 200위를 기록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이제는 불황형 흑자를 넘어 불황형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권력의 원천인 기재부는 역대급 초과세수 파동에 이어 역대급 세수펑크를 내고도 '긴축을 통한 경기 부양'(건전재정 중독)이라는 황당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 운영은 정책 수단에 불과한 '건전재정'을 국정 기조라고 우길 정도로 총체적 난국임을 보여준다. 금융위는 그동안 팬데믹 이자폭리를 방치하다가 갑자기 나타나 은행의 '상생금융'에 선처를 호소하는 '착한 사마리안'을 자처하고 있다. 한편, 가계부채의 진짜 주범인 한국은행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해결사 행세를 하고 있다. 민간부채의 불길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2015~2018년)을 다 날려버려 부채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뒷북 금리충격으로 국민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긴 장본인이다. 철 지난 신념이 경제권력의 검증된 무능과 결합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2기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권한만 있고 절대 책임지지 않는 관치카르텔이 만개하고 있다. 부채발 민생위기, 부동산발 경기 침체 등 민생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철 지난 시장주의 신념에 올라탄 무능한 경제관료에게 또다시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할 처지다.
무능한 관치에 날개 꺾인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저성장 함정에 빠진 상태다. 그동안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워 3%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저성장을 방어해 왔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차이나 리스크가 발현하면서 1%대 성장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경제의 버팀목인 대중국 수출은 반(反)중국 정서가 확산되면서 2021년 25.3%에서 2022년 22.9%로 하락했다가 올해 10월 다시 18.2%로 쪼그라들었다. 핵심 경제지표가 코스닥 잡주처럼 추락하는 경우는 금융위기 때가 아니고서는 경험하기 어렵다. 윤석열 경제팀은 대외 변수 탓으로 돌리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수출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버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