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법원과 대통령궁(왼쪽) 대법원, (오른쪽) 대통령궁
오영식
우리 부자는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북쪽으로 이동했다. 아들에게 현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며칠 전 핀란드 사람인 이다(Iid)에게 '하룻밤 재워줄 수 있냐?'고 요청했고, 이다는 흔쾌히 우리 부자를 받아줬다.
그래서 핀란드 중부의 작은 마을 토홀람피(toholampi)로 찾아갔다. 큰길에서 한참을,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울창한 자작나무 숲속에 저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시골집을 생각했는데 족히 100평은 넘어 보이는 2층짜리 큰 집이었다. 마당에 주차하고 아들과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영식이라고 하고, 여기는 제 아들 오태풍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코(Miko)라고 합니다. 여행을 오래 했다고 들었어요. 환영합니다. 이다(아내)는 조금 이따 올 거예요."
이다의 남편 미코는 우리가 잘 방을 안내해 주고 얘기를 조금 나누다 오늘은 교회에서 모임이 있다고 미안해하며 가족과 함께 나갔다. 졸지에 핀란드의 아주 큰 농촌 주택에 우리 부자만 남게 되어 저녁을 해 먹고 잠이 들었다.
핀란드는 좀도둑 걱정이 없는지 처음 본 낯선 동양인 여행객에게 집을 맡겨두고 온 가족이 모임을 가는 상황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만큼 안전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내 이다와 얘기를 나누고 기념품을 선물로 주고는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