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이걸 어쩐담...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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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욕에 버금가는 미성숙한 말들이 군불을 지피듯 스리슬쩍 흘러나온다. 그리고 종국엔 자기 비하로 이어진다. 이때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하루, 일주일, 아니 한 해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속을 삭인다. 메주도 홍어도 아닌 것이 농도를 더하며 냄새는 심해지는데 크게 영양가는 없다. 새카매지는 속. 툭 건들면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온다. 속을 '썩인' 결과다.
한때 담배를 피웠다. 타는 속 대신 태울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분명 둔해진 혈류활동 덕에 잠시 동안 신경이 뭉툭해진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고 나면 그 이상의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담배가 아닌 담배를 함께 폈던 동료 덕분이었다.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조심스레 내려앉던 동료들의 위안과 격려의 말이 무엇보다 큰 위로이자 응원이었다. 자조 섞인 혼잣말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던 C. 격한 경상도 사투리로 상사 욕을 대신 해주던 K. 가만히 어깨만 두드려 주던 P. 그들의 이런 가벼운 말과 행동이 노래의 가사처럼 한 개비 더 피우려던 담배 대신 미간을 펴게 만들었다.
오글거리더라도 한 번은
사람은 인정을 갈구한다. 대부분이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다. 당연히 영속적일 수도 시의적절할 수도 없다. 인정받은 지 오래다. 아, 기운이 빠진다. 내가 보잘 것 없는 것 같다. 이래선 안 된다. 결국, 내가 해야만 한다.
"괜찮아! 할 만큼 했어."
거울 속에 비친 내게 어설프게 말해 본다. 아, 오글거린다. 당장 거실로 뛰쳐나가 피아노의 미를 거세게 치고 싶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묘한 경험을 한다. '그래, 괜찮아.' 내 속에서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나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혼자서 하는 말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그런데, 투자대비 수익이 너무 컸다. 부작용이라면 다소 오글거린다는 것인데, 혼자 거울 보며 멋 부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넌 특별해!"
아, 특별나게 오글거린다. 그런데 그 순간 신기하게도 웃음이 났다. 말을 내뱉기 전 심각했던 얼굴에 어느새 새침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웃음이 꽃피니 기분이 좋아졌다. 말 한 마디에 꽃을 얻었다(한 번 해보세요. 진짭니다).
유일하게 나만이 내가 원하는 시점에 내게 필요한 인정을 공급할 수 있다. 인정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욕구이기에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채우는 것이 더 쉽다.
이를 자기확언, 자기긍정확언 등으로 부르던데, 뭐가 됐든 다른 누구로부터도 아닌, 자기 스스로 주입할 수 있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거창한 말이 아니어도 된다. 어떤 말이어도 상관없다. "넌 잘생겼어." 양심에 찔려도 괜찮다. "넌 친절해." 낯설어도 괜찮다. "넌 똑똑해." 희망을 담아도 괜찮다. "이 정도면 됐어." 마지못한 합리화도 괜찮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것이 정말 괜찮아진다.
우리에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과 격려, 위로와 존중. 그 모든 것을 외부에서 조달할 순 없다. 자급자족이 시급하다. 자기애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의도적인 오해와 착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간의 억지로 이를 완성할 수 있다.
"지금도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대로도 멋져!"
자신에게 하는 따뜻한 말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 힘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를 위한 자가발전기. 누구나 돌릴 수 있는 발전기가 매일 힘차게 돌아 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 반복해서 재생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더 멀리까지 가
따라가기만 해 너의 머리 아닌 맘"
이 대목에서 자꾸만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가 보기로 한다. 회사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특별한 나를 위한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흠... 아직은 맘 보단 머리를 따라야 할 듯하다. 여기까지 왔으니, 딱 회사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칼퇴를 꿈꾸는 자의 발걸음에 리듬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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