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독서 모습.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지식정보화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헌을 했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지식정보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대통령 당선 후에는 IMF구제금융사태로 인한 국가부도위기, 경제위기의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식정보화 혁명을 주도했다. 김대중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1981년 봄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수감 중일 때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감명을 받은 일과 관련이 있다.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김대중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지식정보화 혁명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켰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가 확인되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최근에 1981년 1월 17일 사형수로 있던 김대중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조사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수사관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4분 16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자료를 기증받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이 자료의 역사적 의미 등을 정리한 해제와 함께 공개했다.
먼저 이 동영상은 사형수 시절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기존에 공개된 이 시기 동영상 자료는 재판받을 때 모습을 촬영한 것인데 10여 초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 그리고 김대중의 육성은 담겨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 동영상 자료는 김대중의 발음이 뚜렷하게 들릴 정도로 녹음 상태가 좋고 4분 16초 분량으로 길이도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서 이 자료의 가치가 빛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 내용이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동영상과 녹취문을 통해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사형수 김대중,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예견하다
▲ "제2 산업혁명이 전자혁명" [김대중의 1981년 발언] 김대중평화센터는 1981년 1월 17일 사형수로 있던 김대중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조사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수사관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4분 16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기증받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이 자료의 역사적 의미 등을 정리한 해제와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서 당시 사형수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지식정보화 혁명이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게 된다는 점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통찰력을 잃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짚는 정치가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과학은 인류 역사 시작된 이래 최근 한 50년같이 과학이 발전한 때는 없다는 거 아닙니까? 이 50년의 과학의 발달은 과거 500년에 해당할 정도 갖고도 안 되는 정도라는데, 지금 이제 제2 산업혁명이 전자혁명입니다. 전자혁명. 근데 그 이제 특히 우리나라 전자계산기라고 하는데, 이제 전자 전기기라고 그러지요. 왜 그러냐면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전자, 미국에서 벌써 나온 전자 본부 기계 같은 건요. 그 본부 센터에 세계, 전 세계 도서관에 있는 지식 양의 개수가 14억 개라고 합니다. 14억 개. 약 추산해서 14억 개. 가령, 세종대왕 얘기부터 무슨 이순신 장군 얘기도 전부 합쳐서. 마호메트 얘기부터 뭐 아프리카 얘기부터 다 해서 약 14억 개의 지식의 개수래요. 그런데 지금 전자기계에요, 12억 개까지가 들어가요. 한 기계에.
그래가지고 그놈이 말로 물으면 말로 대답하고, 글자로 내달라고 하면 글자로 내줘요. 그러니까 학자들이 무슨 연구하는데 책 찾고 도서관 가고 할 필요가 없게 돼요. 그런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어떻게 되냐면 가정마다 텔레비전 세트같이, 그런 세트를 놔 가지고, 본부가 있어요. 전화, 전화국 본부 있듯이. 있어 갖고 여기서 그 세트 앞에서 '세종대왕이 몇 해에 돌아가셨지?' 그러면 거기서 '몇 해요.' 하고 바로 대답해 줘요. 이런 시대가 돼요. 그래서 하기 때문에 이게 지금 미국하고 소련하고 치열한 경쟁, 소련이 지금 떨어지고 있어요. 유럽은 훅 쳐지고 있고. 지금 일본이 따라가려고 그러고 있고. 그래 해서, 그렇게 되면요. 이 산업 발전, 이 기술 뭐 하는데, 가령 기술자가 뭐 하려면 뭐 계산하고 뭐 이제 그 찾고 해야 하지 않소, 그 필요가 없으니까 이거 하나 연구하는 데 1년 걸릴 것 3개월이 되어버리고 1개월이 되어버려요. 팍팍 발전이 돼요.
그러니까 이제, 이제 미국은 고도 공업 국가라고 하거든요. 산업 국가로부터 고도 공업 국가라고. 그러니 이제 그렇게 되었더라고 하면, 미국이 곧 일주일에 사흘 일하고 나흘 노는 시대가 와요. 토요일 날, 일요일 날 노는 데도 있고, 사흘 노는 회사도 상당히 있어요. 왜 그러냐면, 왜 그러냐면 생산능력이 높아지니까. 높아지니까 많이 일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면서 임금은 똑같이 주지요. 그러니까 이 공휴일, 저 국경일 이런 것까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 다 넣으면 1년의 약 6할을 놀아요. 근데 이제 이제부터 인간의 문제는, 이제 인간이 비로소, 노동을 해, 하는 놓는데 노동을 제1차로 바치던 시대가 지났어요. 지나가고 있어요. 그러면 이제부터 인간은 여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시대가 되는데. 여가를 그러니까 이제 인류가 하나의 위기죠. 여가를 타락된, 낭비된 그런 방향으로 보느냐, 정신적 향상을 가져오는 그런 방향으로 보느냐. 이것이 지금 이제 이제부터 인류 앞에 주어진 과제예요. 주어진 과제. 그런데 그게 지금 미국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얘기예요. 우리도 그 전자 영향을 받게 되고, 우리도 빨리 그런 전자 그것이 도입돼야 되고. 우리도 그것을 개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 지금 사람들이 미국에 가서 많이 공부하고 있잖아요. 그거 끌어오고 모아보면 우리도 미국과 동시는 못하더라도 한 10년 차이로 따라갈 수가 있어요. 그러려면 우리나라 정치가 안정이 되어야 해요.
이 동영상 자료의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녹취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김대중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치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처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지식정보화 혁명이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게 된다는 점을 매우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 노동시간의 단축과 여가생활의 증가 등 이 동영상에서 사형수 김대중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현재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김대중의 통찰력과 예지력은 정말로 경이로울 정도다.
그리고 이 말을 할 때 김대중은 사형수였다. 김대중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작된 내란음모사건으로 1980년 9월 17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11월 3일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는 사형수로서 1월 23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러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영상을 보면 진정으로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속의 김대중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사람은 김대중 앞에 있는 수사관 단 한 명이다. 단 한 명의 사람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김대중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평생 매우 불리한 언론 환경 속에서 정치를 했던 김대중은 대중연설과 대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알리고 설득하는 일을 매우 중시했다. 이러한 그의 면모를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식정보화 혁명, 선진국 추격 넘어서 선도까지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 이후 문화와 함께 지식정보화를 21세기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IMF구제금융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국가적으로 총력 지원을 했다.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및 PC보급 등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전자정부 출범, 전자민주주의의 실현, 디지털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 IT기업육성 등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2001년 6월 방한하여 "한국은 이미 세계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제3의 물결' 흐름에서 이제 한국이 쫓아갈 검증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2001년 11월 방한한 빌 게이츠는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을 구축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세계 최고에 도달했다"라고 했다. 2002년 3월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독일은 한국을 제외했을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IT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며 독일 정부는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할 정도로 재임 기간 중에 한국을 지식정보화 강국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이 뛰어난 점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것을 넘어서 선도하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는 데에 있다. 개발도상국 시절 한국의 산업화의 성공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지식정보화의 성공은 추격을 넘어서 선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이번에 공개한 동영상 자료는 이와 같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업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함의가 있다. 김대중은 죽음을 앞둔 상황 속에서도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치적, 정책적 대안을 모색한 정치가였다. 그가 이러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IMF구제금융사태로 인한 국가부도위기,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을 지식정보화 강국이 되도록 했다. 이와 같은 김대중의 업적은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들어 한류가 나올 수 있게 한 것과 함께 그의 불멸의 업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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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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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월 17일, 사형수 김대중이 예견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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