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4일, '2023 홈리스 추모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서울역 광장 두 번째 계단에서 400여 개의 장미꽃과 고인에 대한 메모로 ‘기억의 계단’을 설치 중이다.
2023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공영장례에 필요한 것들
"'뭐 하러 그렇게 맨날 (동네주민) 돌아가실 때마다 (장례에) 가냐? 빠지지 않고, 그거 (건강에) 안 좋아.' 주변에서 자주 듣는 소리예요. 나도 몸이 아프고 화장된 후 재(유골)를 보고나면 갈 때 좀 우울해요. 근데 또 그게, 하고 나면 보람이 있잖아요. […] 다 마지막 생명을 거두고 돌아가신 분한테 우리가 진짜 따뜻한 마음으로 관 들어주고, 뼈 뿌려주고, 또 가서 같이 슬퍼해 주고, 그래도 주위에 그렇게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다는 게 그 사람으로도 행복하고, 죽어서도 이렇게 몇 명이라도 와서 이렇게 슬퍼해주고 나를 보내주는구나 할 거예요." (기억모으기 참여자 D)
동네에 장례가 있다고 하면, 모르는 주민이라도 꼭 참여하는 분의 장례에 대한 생각입니다. 장례는 망인에 대한 마지막 예를 갖추는 의식으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보내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행복하고, 앞으로 갈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례 절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고(訃告)라 생각합니다. 고인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그 시작이니 말입니다. 이를 제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며 각 지자체의 공영장례 조례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부고를 게시하는 곳은 서울과 부산, 단 두 곳뿐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부고 게시는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별자들이 고인을 위한 공영장례에 참여해 조문할 수 있고, 부고를 미처 듣지 못했다고 해도, 게시된 부고를 통해 사후에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별자는 가족뿐 아니라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을 포함합니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공영장례 부고' 게시를 전국적으로 통합 운영해야 합니다.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공영장례 부고' 게시는 검색에 한계가 있고, 접근성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있는 분이 서울에서 치료받다가 돌아가셨다면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가 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사망한 지역에서 '무연고 사망자' 행정조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전국적으로 부고 게시가 통합 운영되어 접근성을 높일 때 사별자들의 애도할 권리 또한 제대로 보장될 수 있습니다.
'공영장례 조례'는 광역 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합니다. 현재까지 제정된 공영장례 조례에는 '고인'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만,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지난 5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 일부 내용이 개정·공포되면서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사별자의 공영장례 참여는 누군가의 '배려' 또는 '혜택'이 아니라 권리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전국의 지자체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만 합니다.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 보장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가 보장되려면 제대로 된 봉안시설 마련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봉안시설인 '무연고 추모의 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골의 '봉안'이 아닌 '보관'에 치중된 시설입니다. 그럴 것이 약 2400위(位)의 유골이 보관되어 있지만, 공간 효율을 우선시한 도서관 서가 형태의 시설이다보니 쉽게 고인의 유골을 찾을 수도 없어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 봉안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20년, 봉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한 것은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이나 유골을 모실 수 없는 연고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정이라 다시 10년으로 원상복구가 필요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장제급여 현실화, 공설장례식장 확대 설치, 시설에서 사망한 무연고 사망자는 시설장이 연고자로 되어 무연고 사망자로 포함되지 않는 장사법의 문제 등, 무연고 사망을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들은 아직도 여럿 존재합니다.
홈리스추모제는 올 한해 집이 없거나 열악한 거처에서 살다 생을 마감한 홈리스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홈리스의 때 이른 죽음, 죽지 않아도 될 죽음이 발생한 이유인 홈리스가 마주하고 있는 주거, 의료, 노동, 그리고 죽음과 장례와 관련한 열악한 인권실태를 알리며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 2023홈리스추모제 포스터. 12월 22일 동짓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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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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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배 높은 사망률... 이 죽음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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