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 '삼도봉 어르신들 청진기 대려고, 오늘도 굽이굽이 넘습니다'
한겨레
'삼도봉 행복버스'는 의료 취약지역인 산마을 지역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3개 시군 9개면 173개 마을에서 환자들의 기초적인 혈압과 혈당, 골밀도 등을 측정하고 건강상담과 진료를 수행한다. 의료기관이라고는 면 소재지에 보건소 하나, 그마저도 왕래하는 버스는 하루 서너 번 다니는 동네에서 이런 복지는 어르신들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단순한 르포 기사가 아니었다. 말미에 돌연 '의사 수 부족'을 논하며 '지역 의대생'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삼도봉 행복버스와 비교하며 다른 의사들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서울의 살풍경'"이라 묘사한다.
먼저 삼도봉 행복버스를 기획하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밑에서 자란 나로서는 누구보다 이런 의료 서비스가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장암을 늦게 발견해 항암으로 고생하시던 앞마을 할아버지, 백내장을 방치해 결국 실명하신 꼭대기 집 할머니도 이 행복버스가 있었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도봉 동네에서 자란 의사로서, 기사의 몇 가지 주장에 반박을 하고자 한다.
1.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자는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 없다. 자신의 주치의를 우선 만나고, 2차 병원을 통해 비로소 3차 병원을 찾는다. 암과 같은 만성 질환은 대기 시간이 수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국은 아니다. 의사를 접할 기회가 많다. 아무 병원이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비교적 쉽게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기준(2017 의료서비스 경험조사) 한국의 당일 예약환자의 외래 대기시간은 21분인 반면, 미국의 초진 진료를 위한 환자 대기시간은 기준 24.1일이었다.
혹자는 '소아과 오픈런'을 예시로 의사가 부족하다 말한다. 그러나 이는 독감이 유행하는 특정 계절 아침 시간대의 소아과라는 특수성을 생각해야 한다. 혹자는 '응급실 대기'를 예시로 든다. 그러나 '응급실은 응급 순'이기에 의사 판단하에 증상이 위급하지 않다면 대기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조차 몇 시간에 불과하다. 되려 경증 환자들이 밀려드는 탓에 중증 환자의 진단/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의 수준은 어떨까. 회피 가능 사망률은 치료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률로, 낮을수록 우수한 의료 수준을 나타낸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44.0명('18)으로 OECD 평균(199.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의사 수가 많은 국가들(미국, 독일, 프랑스 등)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현재 한국의 의료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