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모티프로 한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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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의한 노골적인 언론탄압의 해였던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그것도 언론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면-의 주요한 특징은 유신이나 전두환 독재정권에다 이명박 정권하의 언론탄압 양상을 합해 놓은 것을 넘어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장악과 억압을 넘어서 언론기능 자체의 와해, 특히 공영언론의 해체를 의도하고 있다. 군사독재 정권이나 이른바 '보수' 정권에서 공영언론의 친정권화를 시도하던 것과도 다른 양상이다.
언론탄압을 둘러싼 언론의 위기는 3중의 위기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자유의 위기이며, 언론의 위기이며,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때 언론은 단지 억압의 대상, 그 피해자로서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언론자유 억압의 한 주체이며, 최소한 그에 대한 방관·동조자로서 언론의 위기를 초래하며 사회 위기의 발원이 되어 왔다. 그렇게 본다면 외부로부터의 언론자유의 위협이 언론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 아니라 안으로부터의 언론의 현실이 언론자유 억압을 언론의 위기로 만들고 있다.
밖으로부터 언론자유 위협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에 대한 위협은 단지 탄압 일변도가 아닌 한편으로는 탄압으로, 한편으로는 권언유착을 넘어선 '권언 일체화' 현상의 이중적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으로는 탄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언유착 언론으로 포섭하는 모습을 보이며 언론을 이중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비판적 언론에 대한 억압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는 것과 함께 TV조선 재승인 관련 사태에서 보듯 우호적 언론의 비호에 국가권력이 거의 총동원되는 양상이다. 과거 '권언 유착'의 수준을 넘어선 '권언 일체화'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현 정권의 언론에 대한 억압은 일방적이며 폭주하는 양상이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그것은 합법의-준(準) 합법의-형식을 띠고 있거나 띠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침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80년 전후 시대를 환기하고 있다. 언론환경 또한 전두환 시대는 암흑기였지만 최소한 지금의 상황은 그때의 위법 무법과는 다른 환경과 여건이다.
실제로 언론장악 시도가 일방적으로 통하지만은 않는, 적잖은 저항과 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쫓기듯 사퇴한 것이 대표적인데, 그는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하루 앞두고 전날 저녁 사임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언론장악의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국회를 무시하는 고압적인 행태를 보였던 그가 막상 국회의 탄핵안 표결 직전에 이를 피하기 위해 무릎을 꿇다시피 사표를 낸 것이다. 국회가 탄핵 심판 권능으로 굴복시킨 것이었다. 사퇴라기보다는 국회에 의한 '경질'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지난주에 나온 법원의 판결도 언론장악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였다. 서울고법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1심대로 권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무리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등의 결정이 줄줄이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준 것이다.
언론의 책임으로서의 언론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