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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소 암세포 사멸' 유도 핵심인자 발견... 항암신약 활용 기대

[세상을 깨우는 발견] 생명연 연구팀, 저산소 환경서 세포의 안정성 유지 단백질 규명

등록 2023.12.27 10:17수정 2023.12.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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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소 환경에서 SETDB1 단백질의 증가 암세포주 HeLa에서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시간이 늘어날수록 SETDB1이 증가함을 SETDB1 항체(위)와 청색 형광(아래)을 통해 확인됐다.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신체의 특정 부위나 세포 전반이 적절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는 환경 또는 증상인 '저산소 환경(Hypoxia)'에서 암세포의 사멸(死滅)을 유도하는 핵심인자를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를 통해 저산소 환경을 좋아하는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혁신 항암신약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아래 생명연)은 27일 "김정훈, 김정애 박사 연구팀이 저산소 환경에서 세포가 안정성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저산소 환경에서 생명력이 강한 암세포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써 향후 혁신 항암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소'는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일반 대기 중 산소 농도인 약 21%보다 낮은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분자 수준에서 리프로그래밍을 진행하며, 환경 적응에 실패한 세포는 사멸된다고 한다. 

참고로, '세포 사멸'은 세포 자체에 내재된 프로그램에 의해 바람직하지 않은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생리학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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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농도에 따른 SETDB1 단백질의 조절 모식도 정상 산소 환경에서는 SETDB1이 단백질 분해 신호를 통해 분해된다. 저산소 환경에서는 SETDB1의 축적으로 유전체 안정화가 유지되어 세포 생존 및 분열한다. 하지만 저산소 환경에서 SETDB1이 제거되면 트랜스포존이 활성화되어 면역-염증 신호와 유전체 불안정성이 증가하여 세포사멸이 유도된다.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생명연은 "암세포는 조직 내에서 저산소 환경에 빈번히 노출되는 탓에 저산소 적응 리프로그래밍이 더 활발히 일어나 정상 세포보다 생존 확률이 높다"면서 "이런 암세포의 저산소 적응 메커니즘을 저해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이 새로운 항암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포는 세포 내에 있는 유전체가 물리적, 화학적으로 안정성에 훼손을 입으면 사멸하게 되는데, 유전체의 안전성에 관여하는 요소 중 하나가 세포의 핵 내부에서 DNA를 감싸는 역할을 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메틸화이다. '단백질 메틸화'란 히스톤 단백질에 특정 효소로 인해 단백질에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에서 히스톤 메틸화 효소인 SETDB1 단백질이 유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게 하며, 이를 제어하면 유전체의 안정성이 깨져 세포사멸이 유도됨을 밝혀냈다. 또한 SETDB1 단백질이 종양 억제 유전자인 본히펠린다우(Von Hippel-Lindau, 아래 VHL)와 결합하여 세포 내에서 분해되는 현상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SETDB1 단백질과 VHL의 결합이 약해지며 SETDB1 단백질이 증가하는데, SETDB1 단백질의 증가를 억제하면 SETDB1 단백질에 의한 히스톤 메틸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상적인 유전자 발현이나 DNA 손상이 발생해 유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세포사멸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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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DB1 저해/제거 시 저산소 환경에서 세포사멸 및 성장 억제 뚜렷 A. SETDB1 저해 세포는 저산소 환경에서 성장이 현저히 억제되어 세포 군집 형성이 원활하지 않음을 다양한 암세포주(HeLa : 자궁경부암, SW480, SW620, LS174T : 대장암)에서 확인 // B. SETDB1 제거 세포가 저산소 환경에서 두드러지게 사멸이 유도되는 것을 PARP, Caspase-3, Caspase-6 절단의 증가를 통해 확인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책임자인 김정훈 박사와 김정애 박사는 연구과정의 에피스도로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면서 "한 가지의 대조군을 빼고 실험을 진행해서 실험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들이 꽤 많았으나 시간이 걸려도 재실험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되어 바른 결정이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은 "암과 같은 저산소 적응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분자 표적을 찾은 것"이라며 "향후 SETDB1을 억제하는 혁신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융합연구사업과 개인기초연구사업,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10일 발간된 생명과학 분야의 유수 저널인 <Nucleic Acids Research(IF 14.9)>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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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의 교신저자 김정애 박사, 연구책임자 김정훈 박사, 제1저자 박성렬 박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암세포 #저산소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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