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전통 수프를 먹는 아들사고가 났지만 프랑스 신사는 식사를 먼저 하자고 하셨다
오영식
빨리 보험처리를 하고 이동하려던 우리는 졸지에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전통 수프에 커피까지 아주 느긋하게 마셨다. 그리고 보험처리를 하려 러시아 국경을 나와 보험에 가입했던 라트비아 보험회사에 전화하자, 직원은 영어를 못한다며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인터넷으로 지점을 조회해 보니 라트비아 말고도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지점이 있어 파리 지점에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주인 할아버지가 독일어를 할 수 있으니 프랑크푸르트에 전화해보자 했지만, 인터넷에 나온 번호는 잘못된 전화번호였다. 검색 능력 강국인 대한민국 직장인의 능력을 발휘해 느린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해 프랑크푸르트 지점 전화번호를 다시 찾아내 전화했고, 주인 할아버지가 독일어로 통화해 간신히 보험처리를 할 수 있었다. 전화통화 뒤 할아버지는 내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자, 이제 다 됐습니다. 제가 당신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군요."
"아닙니다. 제가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의 휴가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어서 출발하세요."
"감사합니다. 혹시 보험처리가 잘 안되거나 하면 제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할아버지는 우리가 숙소에서 차를 빼고 출발하려는 데 옆으로 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해주셨다.
"항상 '빨리빨리'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쩌다 들키고 만 아들의 속마음
우리는 '베네룩스'라 불리는 세 나라 중 가장 작지만, 국민 소득은 약 13만 달러(1억 7천만 원, 2023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 룩셈부르크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아돌프 다리를 건너 헌법 광장으로 갔다. 광장 주변으로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려있었고, 작은 놀이시설도 설치되어 그걸 본 아들이 먼저 부리나케 뛰어갔다. 트램펄린과 회전목마, 각종 놀이 기구를 신나게 타고 크리스마스 캐롤 합창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