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으로 가는 길에는 억새정원이 황홀하게 펼쳐진다.
강상도
산에 오르기 전 준비할 것이 있었다. 말레시아 원두커피 리베리카를 갈아 종이필터에 내리고 보온병에 담았다. 내가 내린 커피를 산에서 맛있는 느낌은 다르다. 커피와 에이스 과자, 김밥과 물, 수건 등을 챙겼다. 가는 길이 험난하지만 오르기만 하면 잘 왔다고 속 마음이 먼저 반길 것 같았다.
영남알프스 관문인 간월재를 가기 위해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주암마을 배내정상 정류장 인근 배내 1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집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아직도 초조했다. 가보지 않는 첫 산에 대한 기대치보다 무사히 도착하고 싶은 나만의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들머리인 사슴농장에서 출발하는 배내골 임도는 성인기준 1시간 30분 소요된다. 완만한 길이지만 보이지 않는 산 능선을 오르다 보면 지칠 때가 많았다.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가 잠시 숨을 돌리게 했다. 간월재에 다다르면 그야말로 올라온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잘록한 모양새로 자리 잡은 간월재는 배내골과 밀양 방면에서 언양 장터로 가기 위해 이 고갯길을 넘었다고 한다. 휴게소와 대피소가 있고 억새정원의 카페온 것처럼 색다른 겨울풍경을 선사한다. 거센 겨울바람을 맞으면 챙겨 온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인다. 천상의 억새정원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달고 그윽함이 입 속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