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책표지
세미콜론
- 먼저, '문화센터에 일주일에 2번' 가시는 중국어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중국 여행을 갔다가 나도 중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7년에 올해는 중국어를 배워야지 하고 가까운 동네문화센터에 등록했죠. 동네문화센터는 접근성이 좋고, 수강료가 저렴하고, 동년배도 많아서 부담이 없거든요. 배운 지 2년쯤 됐을 때, 뭐 까짓것 시험 한 번 봐볼까 하고 4급까지 봤어요."
- 시험공부가 어렵지 않으셨나요?
"쉽지는 않았죠. 두 개를 외우면 하나를 반드시 잊어버리니까. 그래도 계속하는 거예요. '노느니 염불이다' 하면서요. 우리 세대는 '시간 부자'이기도 하니까요. 2019년 시험을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시험 감독인 줄 알고 교탁으로 안내하더라니까요. 아니라고 시험을 보러 왔다고 했죠. 우리 때는 OMR 카드 같은 것이 없었으니까 어려웠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 문화센터 중국어반 동료들과 뒤풀이도 즐기시면서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결국 사람이 사람을 이끌어가니까요.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공부하고, 어떤 때는 '너 혼자만 너무 잘하지 마' 이렇게 막 서로 견제구를 날리기도 하고요.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해요. 능동적 배움은 이렇게 즐겁구나 싶어요. 5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한데, 중간인 제가 반장이랍니다.(웃음)"
- '문화센터에 가는 일주일에 1번'은 한국 무용 수업이라고요?
"네, 춤 반에 가면 오히려 제가 젊은 축이에요. 한국 무용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하니까 70대, 80대도 많아요. 무용 선생님 그러는데 무릎에 제일 부담이 덜 가는 게 한국 춤이래요. 한국 춤은 호흡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호흡에 그 동작의 깊이와 무게가 실리는 거니까요. 어떤 면에서 자기 삶의 연륜이 실린다고 할까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는 순간이 좋아요."
- 새로운 공부친구뿐 아니라 오래된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데요.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는 비결이 있을까요?
"말수를 줄이면 돼요(웃음). 경청해주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가 되면 다들 좋아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쟤가 열심히 사는구나, 이런 걸 잘하는구나 싶으면서 먼저 칭찬이 나와요. 나도 너도 애쓰고 살았구나 싶어 서로가 기특해하는 거죠.
특히 학교 친구들과는 성적으로 서로 경쟁하고, 그 다음에 직업, 그다음엔 남편 직장, 애들은 어느 학교 갔나 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잖아요. 이제는 그런 것이 다 없어지고 평등하게 서로 늙어가고 있다는 동지애를 느끼는 거죠. 그렇게 연결될 수록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 작가님뿐 아니라 같은 세대 분들이 '어르신'이란 단어를 불편해한다고요?
"'어르신'에는 존중의 의미보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 신체적인 의미가 더 많은 듯해요. 너무 민감한지도 모르지만, 때론 비하의 느낌도 들어요. 특히 지금같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어르신'은 무능력하고 소외된 집단처럼 여겨질 때가 많으니까요.
정부나 사회(지자체나 도서관 등)에서 계속 디지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계속 업데이트하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죠. 기차표도 못 사고 모바일 뱅킹도 못 하면 결국 주위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잖아요. 특히 자식들한테. 물론 임영웅 콘서트 표는 우리가 아무리 배워도 잘못하니까 그런 거는 예외로 하더라도 말이죠(웃음)."
- 자녀들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TV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예로 든 문장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중·노년 엄마들이 자녀의 사생활을 지켜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다고요.
"맞아요. 자녀가 나이 서른이 넘으면 내 새끼가 아니에요. 사회적 인간관계로 '예의를 갖춰서' 지내야 하는 거죠. 전 자식들 인생에 '최소 개입의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제 아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채로 각각 독립했어요. 독립한 딸 집의 비밀번호도 1년이 지난 후 딸이 말해서 알았어요. 그 전에는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제가 애들 집에 반찬을 갖다주고 싶을 때도 문자에 답이 오면 가요.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가요. 자녀의 생활 공간은 사생활로 지켜줘야지 함부로 들어가고 내 마음대로 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도 똑같이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에요."
나이 들면서 결핍되는 건 '새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