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변호사의 집 거실에 붙어있는 문구.
김병기
그를 빼닮은 문구라는 생각을 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권력감시 운동에 뛰어든 그는 3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었다. 시민운동을 위해 교수직도 내던졌다. 변호사 사무실은 없지만 수임료를 포기한 채 건강한 농촌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장맛 같은 삶이다.
이날 하 변호사와 함께 3시간 동안 '농본' 사무실과 집을 오가고, 논둑길을 걸으며 '감사하며 세상과 함께 나누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금도둑잡아라]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권력 감시운동"
▲ [이 사람, 10만인] 사법연수원 동기 ‘한동훈’과는 가는 길이 달랐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인터뷰
#하승수 #시민운동 #10만인클럽
ⓒ 김병기
하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의 대표주자다. 그가 변호사가 된 해인 1998년부터 시행된 정보공개법이 그의 무기였다. 참여연대 첫 상근변호사·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소액주주운동과 예산감시운동을 펼치며 정보공개운동을 시작한 그는 "정보공개는 국민과 정부의 관존민비(官尊民卑)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제도라는 데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정보공개운동에 뛰어든 것은 2008년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 설립된 '세금도둑잡아라'는 그 연장선이다.
하 변호사는 "국회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때 잠깐 바뀌었다가 원상복구 되곤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면서 "한번 물고 늘어지면 완전히 바뀔 때까지 끝장을 보는 집중적인 감시운동이 필요해서 단체명도 아주 세게 잡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세금도둑잡아라는 검찰 특활비와의 싸움에 뛰어들기 전, 3~4년 동안 국회예산을 집중 감시했다. 국회사무처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팠다. 그 결과, 정책연구용역을 하지 않고 보좌관 친구에게 돈을 줬다가 돌려받은 황당한 사례 등을 적발했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2억여 원의 예산을 반납했다. 국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 잡은 '세금도둑'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됐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그가 꼽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국민의 힘 부산시당이 전문가, 퇴직 공무원 등으로 선거공약개발단을 구성했다. 이곳에서 소요되는 밥값과 회의 수당 등의 활동비용은 정치자금으로 써야한다.
하 변호사는 "선거공약개발단이 국회 사무처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3300만 원 끌어다 쓴 게 확인됐다"면서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4명이 220만 원씩 나눠서 연구 용역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타낸 것을 적발했는데, 지난 연말에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다잡은 도둑을 놓쳤는데 항고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계상 직접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수사기관처럼 세금 도둑을 적발할 수 있었던 건 25년 넘게 벼리고 벼린 정보공개라는 무기였다. 그는 올해도 할 일이 많다.
"1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에 쓴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수의계약 내용 등 대통령 비서실을 상대로 한 소송결과도 나올 겁니다. 2월 8일에는 부산 해운대에서의 대통령 회식비에 대한 1심 판결도 나옵니다. 올해는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에 집중할 계획인데, 전국예산감시네트워크 등과 함께 지역의 권력감시운동도 함께 해나갈 계획입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3년차, 몸살 앓는 농촌 지역 30여 곳 지원사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