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군과 반란군 대치<서울의 봄>에서 전두환 역 황정민과 장태완 역 정우성은 경복궁 입구에서 맞닥뜨리지만 극적 효과를 노린 연출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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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효능감 상실이 무관심으로 이어져
기성세대와는 다른 청년들의 이런 심리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청년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런 심리의 근저가 확인된다.
첫째, 정치의 효능감 상실이 정치 무관심과 냉소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12.12쿠데타 주동세력은 권력을 분점한 뒤에도 알짜배기 부동산이나 거액의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떵떵거리며 사는데다 수구세력은 여전히 정치·경제·언론권력을 쥐고 있다. 보수성이 덜한 민주당 계열 정당도 세 번이나 집권했지만 취업난과 생활고 등 청년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서울의 봄'은 1980년에만 오지 않은 게 아니다. 2016년 가을 촛불혁명이 점화돼 2017년 3월 1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을 때도 '서울의 봄'은 오다 말았다. '혁명의 시대'를 겪고도 취업불안과 해고불안, 주거불안과 보육불안이 해소되지 않자, 취업·연애·결혼·출산까지 기피하는 'N포세대' 심리가 확산됐다.
"고통 주는 주범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치세력 형성해야"
그런데도 청년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에 관해 심리학자 김태형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올 1월호에 이렇게 썼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어려서부터 개인주의 심리나 심한 무력감에 지배당하며 살아왔고, 현재에도 고립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세상을 향해 분노하지 못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의 분노는 거악이나 사회가 아니라, 힘없고 약한 대상 혹은 자신에게 상처나 고통을 줬던 개별적 타인을 향한다.'
그러나 그는 "청년들이야말로 정의가 실현되기를, 세상이 바뀌기를 가장 간절히 바라는 세대일 것"이라며, 그걸 성취하려면 ▲자신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주범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연대와 단결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청년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반동을 부른다
둘째,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반동을 부르고 있다. 청년들은 <서울의 봄>을 보면서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나회 해체 뒤 군이 비토하던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당이 잇달아 집권했을 때 한 사단장은 "이제 군부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돼 비밀유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교통체증으로 대규모 병력동원이 힘들고 방송 장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쿠데타군이 전자전부대를 장악해 전자기파를 쏘면 얼마든지 먹통을 만들 수 있다. 교통체증은 서울 도심 심야 공동화현상이 진행돼 쿠데타군이 주로 기동하는 새벽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송인들이 미리 엎드리면 방송장악도 어렵지 않다. 방송사 내부 분위기를 들어보면 과거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벌인 장기파업 같은 저항은 기대하기 힘들다.
쿠데타가 불가능하기는커녕 실제로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친위 쿠데타 실행계획을 세운 혐의를 받았다. 그는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귀국해 재판 도중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들은 언론 장악과 국회 무력화까지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