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찾은 꼬마 숙녀
최승우
며칠 전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에 두 명의 꼬마 숙녀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예술을 쓰다.'라는 도서관 방문객 참여 코너에 앉아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해?"라는 내 질문에 아이들은 "네, 그림책 만들고 있어요."라며 도서관에 있는 메모지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며 풀을 붙이는 등 바쁜 모습이다.
"그렇구나!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네! 여기 학교 입학하는데요. 오늘 오라고 해서 왔어요."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지원자가 몰려 추첨으로 입학을 결정하는 제법 인기 있는 학교이다. "그럼, 구슬 뽑기를 누가 했어?"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아이 두 명 모두 엄마가 추첨했다는 답이 돌아온다. "엄마가 기분이 좋아 막 뛰고 그랬어요.", "우리 엄마는 고함을 질렀어요."라며 경쟁하듯 당시 반응을 전한다. 나이를 초월해 원하는 무엇인가가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은 몸짓과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날 아이의 엄마들은 기쁨으로 가득한 에너지를 발산한 듯하다.
유치원도 같이 다녔다는 두 꼬마 숙녀들은 아마 3월 새봄이 오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힘찬 출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초등 임용 고시 2차 준비를 위한 소모임 학습에 참여하는 자녀를 따라 논산에서 전주를 오가고 있다는 한 어머니도 만났다. 이 분은 "도서관이 너무 좋아 전주에서 살고 싶네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자녀의 그룹 스터디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 어머니에게 괜찮은 도서관의 발견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반가운 만남이 분명하다.
도서관 자원 활동가로서 나의 일상은 도서 정리와 화초 관리가 주된 일과이다. 가끔은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에게 도서관을 소개하고 담소도 나눈다. 자녀의 시험 준비에 동행한 아주머니에게 도서관에 대한 설명과 주변의 관광 정보, 주변 몇 군데의 식당을 알려드렸다.
어쩌다 방문한 도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역민이 전해 주는 자그마한 정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도서관 자원 활동가가 전해 주는 작은 친절함이 주변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어 여러 사람이 내 고향을 찾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