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장에 갑자기 하수처리장... "여수시 밀실행정 규탄"

이목마을 주민 200여명 우중 집회 "주민도, 바다도 다 죽는다"... 여수시 "주민동의 사업 아냐"

등록 2024.01.22 12:59수정 2024.01.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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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열린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 반대집회 ⓒ 심명남

 
20일 오후 겨울비가 쏟아진 가운데 여수시 화양면 이목마을에서 폐교에 하수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예비후보를 비롯 박영평-문갑태 시의원과 이목, 신기, 구미마을 주민 약 200여 명이 모여 여수시가 '밀실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여수시와 롯데건설은 현재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하수처리 시설이 마을 한가운데 있는 이목 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들어서면서 점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체험학습장을 하수시설처리장으로... '일부' 주민에게만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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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면 이목초교 부지에 공사주중인 하수처리시설 모습 ⓒ 심명남

 
체험학습장인 이곳 이목초 부지는 여수시가 여수교육지원청으로부터 주민과 농촌 활성화 목적으로 폐교를 매입한 곳이다. 그동안 주민들의 소득사업을 위해 복지와 문화 공간 시설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전체 주민들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부 주민들에게만 설명회를 하는 등 졸속으로 하수처리시설 건설을 추진해 뒤늦게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주민들은 이날 3가지 결의문을 낭독하며 주민동의 없는 하수처리장건설의 결사반대 의지를 다졌다. 
 
우리는 이목초교 부지의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을 결사반대한다.
우리는 주민 동의 없는 하수처리장 사업을 결사반대한다.
우리는 이목초교 폐지부지를 주민 전체 발전과 이익이 되도록 결의한다.

여수시가 추진중인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인 민간투자사업 BTL 공사는 지난 2017년 2월 롯데건설이 여수시에 제안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및 분류식 하수도(오수관로 신설 및 가정 배수설비 정비)로 정비와 그에 따라 하천 및 해양 방류 수역의 수질 개선과 생활환경 개선이 그 목적.

여수시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총공사비 1109억5300만 원을 들여 23개소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오는 2025년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수설비는 4105세대로 2공구인 화양면 지역은 이목리를 포함한 세포, 여산, 옥적, 용주리 등 5개 마을로 하루 390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반면 여수시는 처음 23개소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3곳(화양면 감도-이천-오천마을, 화양면 용주리마을, 돌산 상하동마을)은 부지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로 이 사업이 취소됐다.

"주민도 바다도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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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열린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 반대집회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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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열린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 반대집회 ⓒ 심명남

 
이번 공사 발주처는 여수시 여수푸른물(주)이고 시공사는 롯데건설(주)이 맡았다. 여수시가 23개 지역중에 이목초교에 배정된 금액은 (주민설명회 당시)48억 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률은 업체추산 20.8%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나 주민들은 약 10%로 보고있다. 

도로 현수막에는 '여수시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똥통) 당장 중지하라. 초교에 하수처리장 주민도 바다도 다 죽는다'라고 적힌 구호를 내걸었다.

이날 경과보고에 따르면 ▲ 2022. 7월 폐교부지 담당이 여수시 회계과에서 하수도과로 바뀜 ▲ 2022. 6월 롯데건설과 주민설명회 1회(주민 동의와 어촌계 동의 없음) ▲ 23. 12월 초교 2층 건물 철거 후 하수처리장 공사 시작 ▲ 23. 12월 시의원 면담을 통해 공사중지 요청 ▲ 12. 20일 공사중지 신청 돌입 ▲ 24. 1월 마을회관에서 주민총회 형식으로 업체측과 여수시에 하수처리장 설명회 반대입장 분명히 밝힘 ▲ 24. 1. 15~18일 시청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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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열린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 반대집회 ⓒ 심명남

 
한 주민은 "깜깜이 행정을 하다 보니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다가 지난해 학교를 철거하면서 공사를 알게 되어 집회를 열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사회를 맡은 이목초 20회 이민석 사무국장은 "이곳 초등학교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고 운동을 하고 뛰어놀던 교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하수처리장이 되었다"라고 개탄했다. 전동에 사는 전종엽씨는 "제가 여기에 나선 것은 요즘 억울하고 분해서 잠도 못 잔다. 여러분도 함께 투쟁하고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목마을처럼 아름다운 마을에 똥통이 들어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여수시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전현주 이목마을 이장은 "제가 이장이 되자마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죄송할 따름"이라며 "서연, 구미, 이목마을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여수에 어디 있습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해변가 갯벌부터 여자만 끝까지 정말로 석양이 아름답다. 그런데 이 마을이 점점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이에 하수처리 시설이 들어서 마을 주민들이 떠나고 마을소멸 위기에 놓이고 있어 통곡할 지경이다. 이렇게 좋은 부지인 학교에 하수폐수처리시설을 만들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라고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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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열린 화양면 이목초교 하수처리장 반대집회 ⓒ 심명남

 
3년 전 하수처리장이 졸속으로 처리된 과정을 폭로한 김양신 구미마을 이장은 "3년 전 이목과 구미마을에서 간담회를 한번 가졌다"라면서 "당시 구미 10명, 신기 20여 명 정도로 사람 몇이 모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네들 좋다는 얘기와 간담회 설명을 듣고 그 후로 아무 조치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 공사가 들어왔다"라며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이어 "공사가 진행된 며칠 뒤 이장도 알고 주민도 알게 되어 이후 마을 젊은 분들이 이건 절대 아니다 해서 이번 행사가 진행되어 난감한데, 좋은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주민 여러분도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마을 가구수는 구미마을만 130여가구다.

연단에 선 이진희(56세)씨는 주민들에게 열변을 토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민도 모르고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개인주의로 가고 있는 이목을 살리고자 공사가 진행되는 날부터 시청에 공사중지 요청을 했습니다. 주민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주민 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밀실 행정을 당장 중단하시고 주민동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진 후 공사를 진행해달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시청에서는 개인 혼자서 하는 거라고 무시하고 오늘 집회도 운동장에서 하겠다고 신청을 했건만 우리 마을 구석에서 하라고 학교를 뺏기고 200여 명의 주민이 와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서 이렇게 한 것은 원통하고 분합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김공빈 추진위원장은 "화양면 이목초교 안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하수처리장 설치가 과연 맞는가?"라고 물으며 "지역 주민들이 처음 학교를 만들때 마을에서 땅을 기부했듯이 공공성을 띨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수가 학교에서 바다로 바로 배출되는데 갯가에 바지락과 해삼 등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다'라며 "폐교지만 주민동의 없이 학교에서 하수처리 시설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라며 여수시의 행정을 비판했다. 

이곳이 지역구인 박영평 여수시의회 해양분과 위원장은 "동네 주민들이 다 합의된 사안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사태가 발생해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현직 이장이 바뀌다 보니 전 이장님은 마을 발전을 위해 이 사업을 받아들인 것 같고 현 이장님은 절대 반대를 고사한 실정이어서 난처한 입장"이라며 "월요일(22일) 주민들과 면사무소에서 4시에 주민간담회를 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여수시 하수도과 담당자는 22일 오전 전화 인터뷰에서 주민동의를 받았냐는 질문에 "도시계획사업은 주민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라며 "주민설명회를 한번 열었고, 학교 부지 대부자에게 협의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설명회 때 하수도 요금이 안 나오고 20년 사회공헌사업으로 하는 공짜 사업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해 놓고 말이 달라진 이유를 묻자 "여수시 종합감사때 요금부과에 대한 여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화양면하수처리시설 #여수시 #화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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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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