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종사자가 호소하는 어려움은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이다. 끝없는 과로 상황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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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몇몇 간호사들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가 마련한 '공공정책참여플랫폼'(JOIN)에 '간호사가 없으면 대만은 어떻게 될까?'라는 안건을 올리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적절한 간호 인력 유지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주장하며 대만 의료 노동의현실을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1. 간호사 식사 시간은 하루에 약 10.5분, 화장실을 포함한 휴식 시간은 약 6분에 불과했다.
2. 인력난으로 인해 간호사들은 월차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혼란스러운 일정으로 인해 피로와 인력 부족이 가중되어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3. 2022년 대만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간호 인력의 평균 월급은 42,750위안(약 179만 원)으로 의료·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의 평균 월급 55,567위안(약 233만 원)보다 낮다. 의사의 평균 급여 135,401위안(약 565만 원)에 비교해도 간호사의 급여 수준은 과소하게 평가되어 있다.
4. 지난 7년 동안 대만의 전체 급여는 10.38% 증가했지만, 간호 급여는 4.5% 증가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간호사의 급여가 삭감된 것이다.
해당 안건에는 다음과 같은 간호사들의 의견들이 달렸다.
"매일 빨리 먹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물 마실 시간도 없고, 필요할 때 병가도 낼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환자 1인당 간호사수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하루 10시간 근무는 기본입니다. 아무도 우리의 권리에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생리대를 갈 시간마저도 부족합니다. 전생에 지은 큰 죄를 현생에 간호사가 되어 갚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간호사입니다. 입사 전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건 각오하고 있었지만, 업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주간 근무는 오후 4시에 끝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오후 8시나 9시까지 근무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운이 좋아야 오후 7시에 일이 끝납니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도 공부에 복습까지 해야 해 쉴 시간이 없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조차 사치가 됐습니다."
"낮은 월급은 그렇다고 칩시다. 환자 가족들의 괴롭힘과 폭언도 견뎌야 합니다. 가족이 아픈 게 간호사 탓인가요?"
의료 노동자의 문제는 곧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다
이 제안은 4일 만에 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뒤이어 대만의료노조연맹은 지난해 10월 말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치료사, 방사선사 등 의료 종사자 약 1000명이 모인 항의 행동 '지옥 같은 근무환경, 의료 노동권 퍼레이드'를 열었다. 이들은 '과로를 막기 위 한 적정 인력 배치', '걱정 없는 안전한 일터', '노동자 존중과 처우 개선', '의료 시스템을 살리기 위한 정부 투자'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의료 종사자가 호소하는 어려움은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이다. 정책적으로는 물론, 노사가 함께 근무 조건을 개선해야지만 적절한 간호 인력의 수를 유지하고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과 과로의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의료 노동자의 실태를 잘 이해하고, 요구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더 나은 의료 노동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 노동자에 존중의 의미를 전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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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식사시간 10.5분... 대만 간호사들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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