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서다의 내부
박희정
변죽만 울리는 책소개가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핵심적 소개가 인상적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지 소개하는 목소리마저 바르르 흔들린다. 좋은 책도 먼저 알아봐 주는 안목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이동진, 김영하, 신형철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추천하기 전에 먼저 권했던 책이 나중에 줄줄이 유명세를 타게 될 때 자신의 권유를 받아들여 책을 먼저 고객들이 접했단다. 그 이야기를 할 때는 긍지를 느끼시는 듯 힘이 들어간다.
정세랑 작가가 단행본에 안주하지 않고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쓰는 일이 무척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공들여 말한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리뷰를 보고 흥미를 느껴서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입니다>(페트릭 브림리)를 상세하게 전한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은 연구회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2024년 독서토론 첫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층 건물의 건축비가 수억 대이고 부부의 노동력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책방 운영의 기회비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게 세도 인건비도 나가지 않아 유지가 되지만, 속내를 살피면 책 좋아하는 마음이 없이는 이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세상에는 손해가 나도 따지지 않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제 곧 오십이 된다는 사장님은 삼십 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다. 책방이란 무릉도원에서 나이를 잊고 살아 그런가 보다.
회원들은 손에 책들을 한두 권씩 사 들고 책방을 나섰다. 통일이 되면 북쪽 사람들도 내려와서 책을 읽고 빵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미처 몰랐던 북쪽의 책들도 구비해 놓으라고 추천하고, 남쪽에는 이런 책이 인기라고 소개하겠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장소가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런 상상이 있어야 이곳 청산에서 부부가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을 끌고 가지 않겠는가? 흔히 군인과 교사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책방주인이야말로 그런 사기가 꼭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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